현대중공업 자구 노력, 왕회장 유산도 예외없다 호텔현대 한앤컴퍼니에 매각…정주영 회장 추억 담긴 상징적 자산
강철 기자공개 2017-07-28 08:19:5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7일 10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2009년 자회사로 편입한 호텔현대 지분 100%를 전량 매각한다. 호텔현대는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호텔현대경포대(씨마크)를 운영한다. 조선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자산은 창업주의 흔적이 담긴 것일지라도 예외 없이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호텔현대 지분 100%(5000만 주)를 사모투자회사인 한앤컴퍼니(Hahn&Company)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2000억 원이다. 호텔현대의 기업 가치를 주당 4000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6월 3조 5000억 원의 자구안을 발표했고, 계획에 맞춰 여러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유휴 부동산, 매도가능증권, 비핵심 계열사 등을 대부분 정리했다.
2017년에도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 투자 유치(4000억 원)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 매각(3500억 원)을 단행하는 등 자구안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호텔현대 매각을 포함해 올해 들어 유동화한 자산의 규모만 약 1조 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경영 개선 계획을 실행하기 직전인 2016년 1분기 말 기준 134%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이 현재 90% 중반까지 하락했다"며 "하반기에도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는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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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되는 현대호텔은 1971년 7월 강릉비치호텔로 설립됐다. 이후 현대백화점의 호텔사업부로 운영되다가 2001년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호텔현대경포대 시절이던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2015년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경주, 울산, 목포 등 호텔 영업 일체를 양도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현대중공업 미주지역 관리부문장 출신인 고승환 전무가 2015년 7월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호텔현대가 운영하는 사업장 중 경포대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선호했던 휴양지로 유명하다.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 출신인 정 명예회장은 고향과 가까운 경포대에서 자주 휴가를 보냈다. 경포대에서 신입 사원 수련회가 열릴 때마다 직접 참석해 직원들과 씨름, 배구를 즐겼다. 호텔 앞 해변에서 문인들과 시인학교를 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현대기아차, 현대그룹, KCC 등 범 현대가에게 경포대 호텔은 창업주의 흔적과 추억이 담긴 상징적인 장소다.
2013년 리모델링에 들어간 경포대 호텔은 2015년 6월 6성급 호텔인 '씨마크(SEAMARQ Hotel)'로 변신했다. 당시 개관식에 참석한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씨마크를 개관해 무척 뜻깊다"고 밝혔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여유가 있을 때마다 씨마크를 찾아 부친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징성 있는 계열사의 매각을 결정한 건 앞으로도 강도 높은 경영 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경영 개선 계획을 발표하며 "조선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자산은 모두 정리 대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1년간 비조선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지난 4월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부문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할한 것 역시 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호텔현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표적인 '비조선' 자산이다. 레저, 숙박은 그룹의 주력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호텔현대 외에 여가 생활과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사는 프로 축구단을 운영하는 현대중공업스포츠(울산 현대) 정도다. 사세 축소와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리 대상 1순위로 꼽힐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주, 울산, 목포와 달리 씨마크를 소유한 주체는 현대중공업"이라며 "호텔현대 매각 이후에도 씨마크의 자산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하나 운영은 한앤컴퍼니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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