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나선 케뱅·카뱅, 경쟁력 격차 커진다 자본력·의사결정 속도 차이, "현재 영업방식 유지시 격차 못좁혀" 지적
안경주 기자공개 2017-08-18 09:34:0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6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간의 경쟁력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상증자 결정과정에서 보여준 자본확충 규모, 주주구성 및 의사결정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와 비교해 향후 영업확대 등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과 11일 이사회를 열고 각각 1000억 원과 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급증하는 대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 계획을 1~2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3500억 원으로,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8000억 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은행권 안팎에선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두 회사 간의 경쟁력 격차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 자본확충 규모에서 5배 가량 차이가 나면서 향후 대출여력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됐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5%(시중은행 평균)로 맞춘다고 가정할 때 케이뱅크는 1조6000억 원, 카카오뱅크는 4조6000억 원을 추가적으로 대출할 여력이 생긴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영업확대 등을 통해 케이뱅크 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뱅크가 연말 또는 내년 초에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하면 대출여력 격차는 줄겠지만 여전히 카카오뱅크가 경쟁 우위에 서게 된다.
자본확충이 완료되는 시점도 카카오뱅크가 빠르다. 카카오뱅크의 주금납입일은 9월 5일이고 케이뱅크는 같은달 27일이다.
이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영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케이뱅크는 지난 7월 '효자' 상품으로 꼽혔던 '직장인K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실탄 부족' 등을 이유로 대출을 중단했던 케이뱅크 입장에선 재원이 마련되는 9월27일 이전까지 상품판매를 재개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다음달 5일 자본확충이 이뤄지면서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같은 인기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중단 없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케이뱅크의 영업공백이 장기화될수록 경쟁력 격차는 커지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케이뱅크 고객이 카카오뱅크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고객을 붙잡고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주력상품 판매가 늦어지는 것은 (케이뱅크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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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구성과 참여도 역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쟁력 격차를 벌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7개 주요주주가 64.2%의 지분(보통주 기준)을 갖고 있고 나머지 35.8%는 14개의 소액주주가 보유해 주주구성이 다소 복잡하다. 이처럼 복잡한 주주구성은 자본확충 논의 과정에서 부작용을 드러냈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부터 자본확충을 논의했지만 주주들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결국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일부 소액주주들의 참여는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권주가 발생해 유상증자 규모가 감소되면 영업 확대를 위한 실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주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9곳이고, 그마저도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율이 58%에 달한다. 카카오와 국민은행의 지분을 더하면 78%에 달해 카카오뱅크에 필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또한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 규모가 더 크지만 납입일이 빠른 것도 주주들의 증자 참여 의지가 비교적 높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낮은 신용대출 금리와 높은 예·적금 이자를 바탕으로 고객 기반을 확충하는 현재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선보이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든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카카오뱅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인터넷전문은행의 양강 구도가 구축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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