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1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은행에서 코스피200 ETF 신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을 때, 주변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ETF를 왜 은행 가서 투자하죠?" "종목 여러개도 아니고 진짜 코스피200 하나만 편입해서 판다고요?"
ETF는 증권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유동성공급자(LP)가 거래를 뒷받침해주고 있어 실시간 매매가 수월하다. 운용보수가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일반 펀드처럼 판매사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들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인들이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중은행 ETF신탁 잔고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현재 은행권 전체 ETF신탁 잔고는 2조5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1~2년 사이 은행들이 앞다퉈 판매를 늘리면서 잔고가 크게 늘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선두권 시중은행이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형국이다.
그런데 은행들은 이 신탁으로 펑균 1%가 넘는 높은 수수료를 떼어가면서도 ETF를 대신 사주는 것 외에 달리 하는 일이 없다.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투자 의견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정기적으로 자산을 리밸런싱 해주는 것도 아니다. 코스피200 ETF 같은 종목 하나만 대신 편입해주고 실제 자산 관리는 투자자에게 맡긴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떤 논리로 ETF신탁을 만들고 비싼 수수료를 수취해 왔나. 은행에서만 거래하는 개인들에게 증권 계좌 개설 없이도 패시브(passive) 상품 투자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것을 핵심으로 꼽는다. 증권사와 거래해본적 없고 금융상품 투자에도 밝지 않은 개인들을 대신해 ETF 거래를 해주는 것이 은행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ETF신탁 판매 선봉장 역할을 해온 국민, 신한은행이 최근 복합점포 늘리기 경쟁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모순에 가깝다. 은행 거래 고객들을 위해 투자 기회를 열어줄 목적이었으면 바로 옆 증권사에 가서 ETF를 거래하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은행들의 이러한 행태는 결국 ETF신탁으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을 수 밖에 없었다. 똑같은 상품을 더 싸고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옆 증권사에 있었는데도 은행은 알려주지 않았다. 거래 고객들의 수익률이 나빠지더라도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게 먼저냐고 따진다면 할말이 없다.
은행이 ETF신탁 수수료 논란에서 떳떳해지려면 증권사에서는 해주지 않는 차별화된 투자자문 서비스를 해주는 수 밖에 없다. ETF 여러 종목을 활용한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주고 주기적인 자문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방식의 ETF신탁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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