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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배구조의 진화]'186조' 해외 큰손이 지켜보고 있다①거버넌스 질문 과거보다 많아져..'ESG 개선=투자 기회' 인식

김선규 기자공개 2017-09-20 10:29:07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8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련 글로벌 투자규모는 6월 말 기준 1640억 달러(186조원)에 이른다. 2012년 말에 비해 60% 이상 급증한 ESG투자는 총 300여 개의 글로벌 펀드에서 평균 5억 6200만 달러(6500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들 펀드는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이행 정도를 고려해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주된 관점은 바로 기업의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 체계와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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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SG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가 국내 금융지주사를 주목하고 있다. ESG 투자 관점에서 금융지주사의 거버넌스 체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선진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지주 한 IR 고위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컨퍼런스콜이나 IR미팅에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질문이 과거에 비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해외투자자들의 투자운용철학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고 했다.

지난 7월 해외에서 기관 투자가를 만나고 돌아온 금융권 한 관계자도 "예전과 달리 미팅에서 지배구조를 묻는 횟수가 많아졌고 과거에 비해 지배구조가 개선된 기업에는 더 많은 투자를 하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기업 뿐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금융권 CEO(최고경영자)들의 행보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해외투자자들의 달라진 투자 경향이 CEO의 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지난 2월 신한금융지주 수장으로 선임된 조용병 회장은 주요 투자자인 블랙록(BlackRock),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경영진을 만나는 자리에서 회사의 뛰어난 ESG 평가 결과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투자자들이 거버넌스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지배구조 체계가 재무적 성과, CEO의 경영 실적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글로벌 컨설팅 업체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지배구조와 기업가치가 양(+)의 관계가 있다는 자료를 여러 차례 발표했다. 물론 지배구조 대용변수로 무엇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랐지만, 유의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와 경영성과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더욱이 해외 연금운용기관이나 국부펀드는 수탁자의 의무를 강조하며 투자 회사의 지배구조와 노동, 환경 요소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세계 3대 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투자배제기업'으로 분류하고 투자를 철회할 정도다.

특히 APG가 2015년 내놓은 보고서(APG Netherlands Responsible Investment Report 2015)에 따르면 투자 기업에 제기한 이슈 중 58%가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사항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지배구조가 기업가치와 주가를 떨어뜨리는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지배구조가 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활동의 걸림돌이 됐고, 나아가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로 부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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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는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 최근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도 4대 금융지주사와 지방지주사 대부분이 A등급 이상을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 '지배구조내부규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하면서 다른 업계에 비해 지배구조가 잘 안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문호 한국지배구조연구원 파트너장은 "국내금융지주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한KB사태를 겪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됐다"며 "특히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선진국의 법규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BNK금융지주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외부 입김 및 이사회 역할, 노조 개입 문제 등이 불거졌고, 회장·행장의 역할 분담, 부실한 후계자 양성 시스템, 지방금융지주사의 잇따른 오너 리스크 이슈가 터지면서 비롯됐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지난해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부규범과 승계 프로그램, 사외이사 구성 등 지배구조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며 "다만 이를 이행하는 '구동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부 금융지주사의 거버넌스가 한계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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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일부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김형석 지배구조연구원 연구위원은 "ESG평가를 중시하는 연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금융회사에게 투명한 지배구조로 기업의 건전성을 높이라는 목소리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가 금융지주사 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회사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승계절차를 한 단계 향상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자본의 적정성, 자산의 건전성, 성장성 등 재무적 성과에서 이미 글로벌스탠더드 기준을 뛰어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비재무적 요소인 지배구조를 선진화해 해외투자자로부터 밸류에이션과 기업 평판을 재평가 받아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오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은 금융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스튜어드십 도입,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 해외 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 확대 등과 맞물려 미흡한 지배구조를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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