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한국물 발행 폭발 [thebell League Table/KP 오버뷰] 금리 인상 전 선제 조달 수요 여전…달러화 쏠림 지속
이길용 기자공개 2017-09-29 13:03:31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9일 13: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도 바람잘 날이 없었다. 투자자 모집은 이전보다 어려웠지만 외화를 조달하고자 하는 한국물 발행사의 욕구는 여전했다. 3분기에만 90억 달러가 넘는 발행 규모를 기록하며 역대급 조달 행렬을 보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선제 조달을 마무리하려는 발행사들의 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쏠림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3분기 발행 규모 90억 달러 돌파…북한발 이슈 극복 성공
29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7년 3분기까지 누적 한국물(공모) 발행 물량은 237억 9296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6년 연간 발행 규모인 244억 6000만 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분기별로 보면 선제 조달 수요가 많았던 1분기에는 84억 120만 달러가 발행됐다. 2분기에는 62억 4951만 달러로 주춤했지만 3분기에는 91억 4225만 달러를 기록했다. 분기별로 90억 달러를 넘었던 적은 2012년 1분기가 마지막이다.
2017년 한국물 시장을 지배한 단어는 북한이다. 2016년까지는 북한발 이슈에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예측할 수 없는 충돌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도발에 한국물 시장이 침체를 겪는 모습이 반복됐다.
3분기에는 미사일 발사뿐만 아니라 6차 핵실험 등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물 시장은 발행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8월 말부터는 발행사들간에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북한 도발 이후 어느 발행사가 투자자 모집에 성공하면 바로 다음 날 프라이싱(pricing)을 실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시장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다보니 빠르게 조달을 마무리하겠다는 발행사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 전에 자금을 빠르게 조달하려는 발행사들의 니즈도 물량 폭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2017년 1분기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기 전에 외화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자산 축소와 금리 인상이 앞으로 지속된다는 점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금리 인상 전 선제 조달 수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3분기에는 10억 달러가 넘는 딜이 한 건도 없었지만 전체 발행 규모가 90억 달러를 넘은 것을 고려하면 많은 발행사들의 조달 니즈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까지 발행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의 조달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12년 당시에는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발행했던 3년물 만기 물량의 차환 수요 급증으로 연간 발행 금액이 322억 5078만 달러에 달했다. 북한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발행사들의 선제 조달 필요성 때문에 2017년 조달 규모가 3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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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화만 보이는 한국물…수출입은행, 통화 다변화 앞장 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3분기까지 발행된 한국물 중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7.46%에 달한다. 2016년 92.19% 보다는 소폭 완화됐지만 여전히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는 심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제 금융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달러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종통화의 조달 환경을 악화돼 달러화 말고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외화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조달 통화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캥거루본드(AUD), 카우리본드(NZD), 메이플본드(CAD), 유로화채권(EUR), 스위스프랑채권(CHF), 싱가포르달러채권(SGD) 등 2017년 한국물 시장에서 발행된 모든 이종통화를 책임졌다. 수출입은행 외에 이종통화 발행 실적이 있는 곳은 캥거루본드를 발행한 신한은행·현대캐피탈, 스위스프랑채권을 발행한 한국도로공사 총 3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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