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리더는]외풍 민감한 '지주 사장직제' 유지할까내달 20일 김옥찬 사장 임기만료, 지배구조위원회서 논의할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7-10-17 11:30:14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주사 사장직제'를 유지할까. 윤 회장은 2년 전 국민은행장 겸임에 따른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사장 자리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차기 국민은행장에 허인 국민은행 부행장(영업그룹대표)을 내정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키로 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이 때문에 윤 회장이 사장직제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김옥찬 KB금융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11일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허 부행장을 국민은행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당초 우려됐던 낙하산 인사 없이 내부 승진이 이뤄진 것이다. 이로써 KB금융은 3년 만에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윤종규 2기 체제를 시작하게 됐다.
차기 국민은행장이 내정되면서 KB금융 안팎의 관심은 지주사 사장 자리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김옥찬 사장의 임기가 다음달 20일 만료된다는 점에서 사장직제 유지 여부에 따라 후속 인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2015년 10월 사장직제를 부활시켰다. 임영록 전 회장이 2013년 7월 취임하면서 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둔 지 2년 만이다. 사장직제를 부활시킨 명분은 은행장 겸임에 따른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겸직체계인 KB금융에서 지주 사장은 비은행계열사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자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KB금융 인사권을 위협하는 외풍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도 얻었다.
그러나 최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키로 하고 차기 국민은행장에 허 부행장이 내정되면서 이 같은 명분이 퇴색하게 됐다. 이 때문에 사장직제 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사장 자리를 다시 공석으로 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회장과 은행장에 모두 내부 출신이 앉았지만 그동안의 인사 관행을 고려할 경우 사장 자리에 외부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외풍에 취약한 KB'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한 윤 회장이 자칫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KB금융은 2008년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3명의 사장을 선임했다. 이 중 김옥찬 현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외부출신 인사다. 2008년 출범 당시 사장을 맡은 김중회 전 사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고, 2010년 8월 선임된 임영록 전 사장(2013년 7월 회장 선임)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냈다.
김옥찬 사장의 경우 윤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라는 예외적 상황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장직제를 유지하면 사실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KB금융 사례를 볼 때 사장 자리를 그대로 두면 외부 입김이 들어올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사장직제를 없앤 이유"라고 말했다.
은행장 업무를 떼어낸 윤 회장이 직접 비은행계열사를 챙길 여력이 생겼다는 점도 변수다. 지주 내 2인자라지만 회장과 역할이 중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주 계열사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쥔 은행장과도 서열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지주 사장이 아닌 은행장이 참여키로 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KB금융은 11월20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허인 내정자를 비상임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앞선 관계자는 "강력한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에서 역할이 애매한 사장 자리를 유지하면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다"며 "특히 KB금융 이사회에 사장이 아닌 은행장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배구조 체계가 안정적인만큼 사장직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김옥찬 사장이 2년간 자리를 지키면서 외부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사장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김옥찬 사장이 다소 애매한 위치였던 사장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안정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장직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KB금융 사장 자리가 유지되다면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이동철 KB금융 부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윤 회장은 조만간 KB금융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사장직제 유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장직제 유지 여부가 이사회 의결사항은 아니지만 KB금융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지배구조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윤 회장이 지배구조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생각이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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