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IB에 책임 전가? 짠물 수수료도 눈총 [Deal Story]문책성 주관사 교체 '비판'…비정상적 수수료 고수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5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이 올 6월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이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분위기 쇄신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해 수년간 호흡을 맞춰 온 파트너를 다른 곳으로 교체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NH투자증권은 2015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세 차례의 오리온 회사채 발행에 주관사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주관사 변경을 두고 앞선 발행 당시 수요예측에서의 저조한 성적에 따른 문책성 조치란 해석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관사에 전적인 책임을 돌리며 다른 하우스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 찮다. 이번에도 업계 최저 수준의 비정상적 수수료율을 고수한 점도 볼썽 사납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분위기 쇄신? 주관사 문책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내달 초 1000억 원 어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트랜치를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각각 500억 원씩 조달할 예정이다. 수요예측은 이달 27일 실시한다. 주관사는 KB증권, 인수단으로는 코리아에셋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참여한다.
오리온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오랜 기간 맨데이트를 부여했던 NH투자증권 대신 KB증권을 선택했다. 실제 오리온은 지난 2015년 이후 세 차례의 발행 동안 대표주관사를 모두 NH투자증권에 맡겼다. 마지막 발행을 제외하면 모두 만족할 만한 투자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발행인 올해 5월 회사채 투자자 모집 결과에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면서 새로운 증권사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버부킹에 성공하긴 했지만 조달금리에 만족도가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파트너를 선정한 이면엔 일종의 문책성 변경이 있었던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오리온이 새로운 분위기로 회사채 시장에 나온 만큼 주관사도 변경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마지막 수요예측 결과에 불만이 많아서 교체했다는 게 더 사실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낙점된 하우스 입장에서도 맨데이트를 따내긴 했지만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짠물 수수료는 고집
업계에서는 주관사 변경 자체야 발행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짠물 수수료로 대변되는 오리온의 인수단 보상책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비정상적 인수수수료율은 정상화하지 않고 수요예측 책임을 전적으로 주관사에 전가하는 것은 발행사의 횡포란 설명이다.
오리온의 인수수수료율이 처음부터 15bp였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상반기 조달에 나섰을 때만 해도 수수료율은 25bp(인수수수료+주관수수료) 가량으로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이후 10bp로 책정한 뒤 직전 발행까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다른 대기업의 경우 최소 20~30bp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SK, LG 등 회사채 시장 빅 이슈어로 분류되는 곳들은 대부분 오리온보다 2~3배 가량 높은 수수료를 약속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일부 역시 10bp대에 20bp로 끌어올렸다.
IB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일이 여러 개가 몰릴 경우 다음 번을 생각해서 수수료가 높은 딜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최소한 정상 수수료 지급이 전제된 가운데 투자자 모집 결과에 불만을 갖거나 주관사를 바꾼 오리온의 행동에 납득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KB증권이 NH투자증권보다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더 높게 평가받아 낙점한 것”이라며 “문책성 교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5bp 수수료는 신세계 등 동일 업종 기업들의 수수료 수준과 유사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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