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이화경 쌍두체제 견인 '오리온 BW' [오너십의 탄생]①2004년 권리 행사 '자산 증식+지배력 강화' 일거양득
박창현 기자공개 2017-09-08 08:27:46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5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사진, 좌)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사진, 우)이 동양그룹과 계열분리 후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지렛대 삼아 지배력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대비 3분의 1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기회도 잡으면서 오너십 구축과 함께 자산 증식 효과까지 거뒀다. 전문가들은 오리온 오너 일가가 분리형 BW 활용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담 회장은 1980년 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차녀 이화경 부회장과 결혼하고 동양그룹에 입사했다. 1989년 이 회장이 별세하자 오리온(옛 동양제과)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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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동양그룹과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아왔던 오리온그룹은 2001년 8월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담 회장 부부는 계열분리에 대비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지배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두 사람은 2000년 12월 들어 똑같이 장내매수를 통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오리온 보유 지분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담 회장의 오리온 지분율이 5%에서 10.61%로 높아졌다. 이 부회장도 8% 대 지분율을 11.8%까지 높였다. 단 두 번의 장내매수로 지배력을 13.16%에서 22.42%로 2배 가량 높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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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오너십 구축의 방점은 2004년에 찍힌다. 분리형 BW가 히든카드로 등장한다. 오리온은 1999년 178억 원(미화 기준 15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사모 BW를 발행했다. 이 때 담 회장 부부는 103억 원 어치의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
담 회장 부부는 권리 행사 만료 시점이 임박하자 2004년 4월 13일 드디어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 48억 원 어치의 신주인수권을 갖고 있던 담 회장은 권리 행사를 통해 새롭게 20만 7642주를 손에 쥐었다. 나머지 권리를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은 23만 8404주의 신주를 얻었다. 그 결과 담 회장과 이 부회장 지분율이 각각 13.1%, 14.72%로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BW 행사가격과 오리온 주가다. BW 발행 당시 오리온 주가는 2만 원 대에 형성돼 있었다. 이 때문에 신주 1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 행사 가격도 2만 3232원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후 국내 식음료 시장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오리온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그 결과 담 회장 부부가 권리를 행사할 시점에는 주가가 6만 5400원 대에 형성됐다.
6만 5400원짜리 주식을 2만 3232원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면서 두 부부는 주당 4만 2168원의 평가 차익을 얻었다. 신규 취득 주식 수를 감안하면 담 회장은 87억 원, 이 부회장은 100억 원의 자산 증식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온 오너 일가가 분리형 BW를 활용해 지배력 강화와 자산 증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후 담 회장은 추가로 오리온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25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6630주, 337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취득 주식수가 많지 않아 지분율 변동은 거의 없었다.
올해 5월 오리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와 사업회사 '오리온'으로 인적 분할되면서 소유 구조에도 일부 변동이 생겼다. 인적 분할 방식에 따라 담 회장 부부는 동일한 지분율만큼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지분 희석 이슈 영향으로 현재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리온홀딩스 지분을 12.83%, 14.57% 씩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 지분율도 동일하다.
업계는 오리온홀딩스가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오리온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주사는 상장된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지분율이 12%에 불과하다. 현물출자 유증은 오리온홀딩스가 오리온 주주들에게서 오리온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오리온홀딩스 신주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간단하게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지분을 맞바꾸는 과정이다.
담 회장 부부는 오리온홀딩스를 중심으로 전체 그룹사를 지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향후 현물출자 유증에 적극 참여해 지주사 지분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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