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보험영토 확장]한화손보, '수익성'으로 키운 존재감⑪절치부심 개선된 실적 '강점'
신수아 기자공개 2017-12-06 12:24:33
[편집자주]
보험업계의 금융지주사발(發)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생·손보사에 공공연히 관심을 드러내며 인수 득실을 재고 있다. 그룹 내 존재감이 미약했던 보험 분야를 강화해 금융그룹의 입지를 확대하고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잠재적 매물 리스트에 오른 보험사의 매력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5일 1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보험(이하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은 한화 브랜드를 공유하고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한화생명이 생보업계 빅3 지위를 유지하며 그룹 금융 계열사 가운데 맏형 역할을 맡고 있는 반면 한화손보는 업계 내 중위권을 맴돌며 자본 확충을 위해 언제든 그룹에 손을 벌릴 수 있는 계열사다.한화손보는 절치부심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제일화재를 인수하며 퀀텀점프를 노렸다. 그러나 인수이후 오히려 성장세는 꺾였고, 시장 일각에선 한화손보와 제일화재 합종연횡에서 손보시장 M&A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그룹이 빅딜에 나설 때면 재원 확보를 위한 플랜B로 한화손보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곤 했다. 특히 안정적인 영업채널과 비교적 균형감 있는 보험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화손보는 점차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적정성도 제고한 바 있어 다른 중위권의 손보사 대비 진성 매수자의 구미를 당기기엔 유리하다는 평가다.
◇빛 바랜 인수효과, 애매한 중위권 입지…개선되는 수익성
한화손보는 원수보험료·총자산(12조3095억원)규모를 기준으로 했을때 손보업계 내에서 6번째로 규모가 크다. 지난 7월 말 기준 업계 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51조5660억 원)·현대해상(29조9801억 원)·DB손보(옛 동부화재, 28조1998억 원)·KB손보(23조6102억 원)와는 2~3배 이상 벌어지지만 5위 메리츠화재(14조8170억원)와는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 증가율과 자산증가율은 각각 7.65%, 7.1%로 최소 1%에서 최대 5%에 머물고 있는 상위권 업체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고착화된 손보업계 순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IFRS17 등 제도 변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업 행보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어 향후 수년간 중상위권은 변동성은 크지 않다는게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손보의 지난 10년은 실제 중위권을 지키기 위한 고난의 행군이었다.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뤄진 한화손보와 제일화재의 인수합병은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인수 당시 2009회계연도 말(2010년 3월) 두 회사의 점유율 합은 6.7%. 그러나 5년 여 후인 2014년 9월 한화손보의 점유율은 6.3%로 0.4%포인트 하락하며 도리어 '역주행'했다. 합병이후 주력 상품인 장기손해보험이 힘을 받지 못한데다 손해율도 개선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퀀텀점프를 노렸던 이 결정은 오히려 적자 상황으로 회사를 몰아버린 트리거가 된 셈이다.
어려움은 2014년 흑자전환을 이룰 때까지 이어졌다. 한화손보는 수년간 이어진 정체를 딛고 기초체력 다지기에 돌입했다. 우량물권 위주로 자동차보험을 과감히 접어 나갔고 장기보험 중심의 영업 정책을 펼쳤다. 수익성이 높은 전통적인 상품 판매 중심으로 선회하며 일반보험도 강화했다. 2015년 말 기준 5.3%이던 일반보험과 7%이던 장기 보험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6.6%, 7.6%까지 확대됐다. 반면 자동차 보험은 5.1%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바닥을 딛고 회복 중인 수익성이 한화손보의 강점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2014년 흑자전환 당시 연간 163억 원이던 순이익은 이듬해부터 분기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만큼 점진적으로 늘었다. 2017년 2분기에는 분기 순이익 56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 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은 1438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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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 없다?…시장 조달 vs 유상증자 엇갈린 행보
연초 3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한화손보는 최근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IFRS17을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유증 후 RBC비율은 3분기 말 169.3%에서 최소 20%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주주우선 공모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유상증자에서 가장 큰 부담은 전체 53.75% 보유한 한화생명이 떠안게 됐다. 신주 1118만 주를 인수하는 한화생명은 추가로 858억7000억 원의 자금을 한화손보에 출자했다. 현재까지 한화생명이 출자한 총 금액만 해도 3727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형님 한화생명 사정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화생명 역시 발빠른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대의 RBC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제도 변화를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4.58% 금리에 발행했다.
현재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등급은 AA(안정적). 한화손보의 신종자본증권 등급이 A(안정적)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만약 한화손보가 발행시장에 다시 나오게 된다면 짊어져야할 금리 부담은 한화생명 보다 커질 수 있다. 특히 앞서 A(안정적) 등급의 롯데손보 후순위채 금리가 5%에서 결정된 상황이다. 한화손보가 또 다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ROE 희석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룹 지원에 기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역으로 그룹과 한화생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배구조상 한화생명과 한화손보의 입지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핵심축이다. 한화손보를 비롯해 총 6개 금융계열사의 최대주주로, ㈜한화가 자회사 한화생명을 통해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특히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둘째아들 김동원 상무가 경영수업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핀테크 영역에 관심이 높은 김 상무는 한화생명 내 전사혁신실을 통해 이 분야 투자와 스터디에 관여하고 있다. 향후 관련 분야 확대를 위해 투자 보폭을 넓힐 수 있고, 자금 소요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손보는)한화·삼성 빅딜당시, 그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당시 경영권 매각설이 불거졌었다"며 "지배구조상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데다 시장 가치를 인정받기 쉬운 계열사는 유사시 매각 테이블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이 수차례 부인한 바 있어 실현 가능성을 논하긴 어렵지만 시장 내 '빅딜'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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