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뜻 담은 '60년 역사' 율촌재단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농심그룹]①'이웃과 나눔' 80억 사재 털어, 교과서 편찬 등 '백년대계' 초점
김기정 기자공개 2017-12-12 08:49:48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8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웃과 좋은 것을 나누자'는 경영 철학은 지난 50년 간 농심을 이끌어 온 기본 정신이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사진)은 '율촌재단'을 설립하고 나눔의 철학을 뿌리내렸다. 교과서를 직접 편찬하고 청소년수련시설을 운영하는 등 '백년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율촌재단의 시초는 1955년 설립된 화암장학회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치던 화암장학회는 30년 후 전국 단위의 공익재단으로 성장한다. 1984년 신춘호 회장은 이를 양수 받으며 전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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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율촌재단은 학술연구에 치중했다. 1989년 초등학교 국한 혼용 한국어 교과서를 발간했다. 한국어문 교육연구회에 의뢰해 국어학자들과 함께 10년에 걸쳐 교과서를 제작했다. 국어학자 고(故) 남광우 교수, 이응백 교수, 정우상 교수 등이 각 교육과정에 필수적인 한자를 선정하고 명문명작의 지문을 실어 기본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편찬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해외동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재를 제작하는 코리안랩(KOREAN LAB) 사업에 착수한다. 우리말과 문화를 올바르게 알리고 배울 수 있도록 씨디-롬(CD-ROM)을 영어판과 일어판으로 보급하고 학습사이트를 개발해 운영하는 등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실용 한국어 회화교재인 'KOREANLAB for Chinese'를 기획해 편찬했다. 이 책은 실제 비즈니스 상황을 연결한 실용 한국어 회화교재로 비즈니스 매너와 한국의 전통, 속담 등 다양한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북경외대와 출판계약을 해 2007년 중국 전역에 배포했다. 베이징대학 출판부와 중국현지 독점 출판권 판매를 통해 현지 50여개 국립대학 한국어 학과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율촌재단은 이렇듯 학술사업에 뿌리를 두고 영역을 꾸준히 확장 중이다. 장학과 교육지원 등 백년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후원하는 데 취지를 맞췄다. 전국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매년 2회에 걸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초 자연과학 분야와 신소재 분야 등 해외 유전공학, 정보 통신 및 환경 분야의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과 해외 유학생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율촌재단은 또한 수련시설을 설치 및 운영해 청소년의 자연체험활동을 돕고 있다. 현재 추가로 건립 중인 '어린이 숲속 야영장'은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사업비용을 보면 이 같은 율촌재단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지난해 △장학급 지급 △연구비 지급 △학술연구기관 및 단체지원 △학술연구 내용 발간 및 배포 △청소년수련시설 설치 운영 등에 총 176억 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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