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1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 매각전이 호반건설 '독무대'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중국계 유력 인수 후보였던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가 매각전에서 발을 빼는 양상을 보이면서 호반건설 외에는 대우건설을 사들일만한 곳이 없어 보인다. 정작 호반건설도 본입찰에 '적정가' 이상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란 점이 주목된다.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비인수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루 전 열린 대우건설 매각 실무진 프레젠테이션(PT) 절차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PT를 받기로 했던 CSCEC가 연기를 요청하면서다. 항간에는 CSCEC가 경쟁 상대인 중국계 퍼시픽얼라이언스(PAG) 산하 사모투자펀드(PEF)와 손을 잡고 홍콩계 투자사를 끌어 들이면서 PT 절차를 돌연 취소한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CSCEC가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 시선은 호반건설로 쏠리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있지만 예비인수후보자들 중 인수 의지가 가장 높은 곳이란 점 때문이다. 아울러 사업 시너지로 봤을 때도 대우건설에 가장 어울리는 후보는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본입찰까지도 참여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이전에 참여했던 다양한 매각 거래에서처럼 입질만 하고 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 만나본 호반 측 실무진들은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상당히 보이고 있다"며 "본입찰까지도 완주하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호반건설과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의 입장차가 큰 상태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 1조 4000억 원 밑도는 가격을 써냈다. 정작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가를 적어도 2조 원 넘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우건설을 사들이고 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이 3조 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2조 원을 받고 팔아도 밑지는 장사다.
호반건설이 산업은행 입맛에 맞는 수준까지 일단 가격을 쓴 후 '할인'을 노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2조 원 가까운 수준까지 써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할인가를 협상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최근 거론되고 있다"며 "2조 원으로 가격을 쓰게 되면 최대 4000억 원까지는 할인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본입찰에서도 '시장가' 이상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내부적으로 주가에 상응하는 가격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인수가를 쓰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굳히고 있다"며 "현 주가로 보면 산업은행이 들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가치는 1조 2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하면 지분을 분할 매각하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매각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이 PEF를 구성해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도 거론 중이다. 산업은행은 내달 중순경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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