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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조합, '3000억 시대 활짝' 대형화 파도 에이티넘·스틱·소뱅 등 펀드레이징 성과 탁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우려도

류 석 기자공개 2018-01-10 10:32:25

이 기사는 2018년 01월 08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벤처투자업계는 펀드 결성 호황 속에 대규모 약정총액을 달성한 벤처조합이 잇따라 등장했다. 업계 최초로 약정총액 30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벤처조합이 등장하면서 대형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에 이어 여러 벤처캐피탈사가 1000억 원 이상 벤처조합 결성에 성공하면서 대형 벤처조합들이 봇물을 이뤘다. 특정 벤처조합을 통해 초기기업 발굴에서부터 팔로우온 투자까지 성장단계별 재무적 지원을 지속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일부 벤처캐피탈사 사이에서 벤처조합 대형화 바람이 업계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에이티넘인베스트, 업계 첫 3000억 원 벤처조합 결성

머니투데이 더벨이 국내 59개 벤처캐피탈과 신기술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집계한 '2017 벤처캐피탈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국내벤처캐피탈 4곳이 각각 약정총액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벤처조합을 결성했다.

특히 지난해 가장 탁월한 펀드레이징 성과를 기록한 곳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다. 에이티넘은 지난해 진행된 대부분 출자사업에서 불패 행진을 이어가며 약정총액 3207억 원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 2018'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2030억 원 규모의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을 결성해 벤처조합 2000억 원 시대를 연 이후 불과 3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써 에이티넘은 총 벤처조합 운용자산이 약 7544억 원을 기록해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했다.

에이티넘의 대규모 벤처조합 결성은 그동안 쌓아온 높은 청산 수익률 기록과 대형 펀드 운용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 에이티넘은 2000억 원 안팎의 벤처조합을 거느리면서 더 큰 규모의 조합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에이티넘은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 2018과 성격이 유사한 '09-9한미신성장녹색벤처조합'을 최근 IRR 30.91%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청산하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약정총액 : 2000억 원)'의 경우 2013년 결성 이후 3년 동안 38곳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며 약정총액 대부분을 빠르게 소진했다. 펄어비스, 강스템바이오텍, 에코마케팅 등에 대한 일부 투자금 회수를 통해 고수익을 기록하는 등 청산 이후 높은 성과도 기대된다.

신기천 에이티넘 대표는 "국민연금공단과 KIF를 비롯해 삼성화재, 네이버 등 다소 유한책임출자자(LP)들이 벤처조합 결성 때마다 조합원으로 합류한 게 힘이 됐다"며 "많은 출자자들이 기존 조합 운용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출자가 몰렸고, 전체 약정총액이 3000억 원을 넘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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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소뱅 등 대형사 1000억 이상 펀드 결성 성공

지난해에는 에이티넘을 비롯해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등이 1000억 이상 벤처조합을 결성한 운용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형 펀드 중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정부·연기금 등 출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분야 투자 펀드가 주를 이뤘다.

올해 에이티넘 다음으로 돋보이는 펀딩 실력을 과시한 벤처캐피탈로는 소프트뱅크벤처스를 꼽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1000억 원이 넘는 벤처조합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협력을 통한 탄탄한 해외 투자 네트워크, 초기 유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기존 벤처캐피탈의 주요 민간 LP인 금융권뿐 아니라 네이버, LG유플러스 등 ICT기업들도 다수가 LP로 참여한 게 특징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올해 3월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LG유플러스 등이 출자자로 참여한 '에스비글로벌챔프펀드(1210억 원)'을 결성했다. 2015년 '에스비글로벌스타펀드(1200억 원)'를 결성한 이후 두 번째로 1000억 원 이상의 벤처조합을 결성했다. 또 2016년 네이버가 앵커 LP인 '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를 500억 원 증액하면서 약정총액이 975억 원으로 규모가 늘렸다.

스틱, 인터베스트 등도 대형 벤처조합 결성에 동참했다. 스틱은 지난 8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한국IT펀드(KIF) 초기 창업 분야 운용사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펀드 조성에 돌입했다. 이후 모태펀드, 노란우산공제,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에서 출자 확약을 받아내며 1083억 원 규모 '스틱 4차 산업혁명 펀드' 결성 작업을 완료했다.

인터베스트는 지난해 1100억 규모 '인터베스트 4차산업혁명투자조합'을 결성했다. LP는 모태펀드(350억 원), 국민연금(500억 원), 노란우산공제(200억 원) 등이 참여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IT와 바이오 분야 등에 중점 투자할 예정이다.

◇벤처조합 대형화 바람…기대반 우려반

벤처조합 대형화 바람을 놓고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성장단계별로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소형 벤처캐피탈이 배제되고 대형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는 벤처캐피탈들은 활발한 팔로우온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초기기업의 경우 기업가치 성장단계별로 시리즈A 투자와 시리즈B 투자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하나의 대형 벤처조합을 통해 이러한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다.

그동안 벤처캐피탈들은 400억 원 안팎의 펀드로 특정 벤처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 쉽지 않았다. 또 초기 투자한 벤처조합이 아닌 다른 벤처조합으로 후속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각 펀드 LP들에게 동의를 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팔로우온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심했다.

하지만 규모가 큰 대형 벤처조합을 운용할 경우 초기 투자 이후 2~3년 후에 후속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 또 펀드 1곳에서 투자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다른 펀드간 이해충돌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다수 펀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규모가 큰 특정 펀드를 운용하는 게 투자 집중도를 높이고 펀드 간 이해충돌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 관리 인력만 충분하다면 3000억 원 이상의 대형 벤처조합이 나와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향후 대형 벤처조합 결성 바람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벤처캐피탈사의 경우 그동안 쌓아온 청산 수익률, 투자 경험, 인력 등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거두고 싶어 하는 LP들의 특성상 대형 벤처캐피탈들에게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대형 벤처조합 결성이 가속화된다면 LP들이 펀드 운용 실적이 뛰어나고 여건이 좋은 벤처캐피탈사에게 출자하려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중소 벤처캐피탈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 전에 활발한 투자와 펀드레이징을 통해 업계에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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