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12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아이작 뉴턴)결국 A는 막차를 탔다.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이라고 단정짓고 거래소 폐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가상화폐 가격은 폭락했다. A는 가상화폐를 산지 하루만에 40%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코인 종류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해당 거래소에서 가장 싼 동전주를 샀다고 했다. 최근 급등한 리플과 같은 유형이라고 인터넷에서 본 것도 같다고 했다. A는 당초 투자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충격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고 했다.
A가 가상화폐를 산 이유는 단순했다. 주변 사람들이 수천, 수억원을 벌 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말 그대로 버블에 동참한 것이다. 거품은 장밋빛 전망과 함께 온다. 장밋빛 전망에는 항상 아름다운 미래가 있다. 그 미래는 판타지로 각색된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 8만원으로 200억원 넘는 돈을 벌었다는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에서도 저금리에 갈 곳 잃은 돈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액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7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의 거래량이 실물 기업들의 시장인 거래소와 맞먹는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버블이 되지 않으려면 자산에 내재가치가 존재해야 하고, 그에 기반한 실수요자가 거래에 나섬으로써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 IMF 당시 2만원대에 있던 삼성전자가 280만원까지 올랐지만 아무도 버블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산과 수익이 가격에 상응하는 내재가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도 종목별로 사용가치가 있고 내재가치가 있겠지만 현재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릴 때 시장에서 보던 돈 놓고 돈 먹기의 투전판과 비슷해 보인다. 비트코인 매수자 중 교환가치를 가진 화폐로 사용할 의도로 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신념, 흥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보는 것 같은 광기어린 분위기가 팽배하다. A도 그랬다. 열심히 주식 투자 해봤자 얼마 벌지도 못하는데 일주일새 10배, 20배씩 올랐다고 하니 팔랑귀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진화를 통해 인간의 DNA에 박힌 속성이다. 거품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다. 가상화폐 뿐만 아니다. 네덜란드의 튤립 사건이나 1990년 후반의 닷컴 열풍 모두 같은 이유였다.
지금 아니면 막차를 탈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절박함이 투기를 부추기게 된다. 흥분은 전염된다. 미디어는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 쓴다. 어느 순간 거품이 잔뜩 낀 막차를 타고 있다. 모두가 이성을 차릴 때는 이미 늦었다. 가격 상승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 거품은 터진다. 수급의 드라마틱한 역전을 경험하게 되며 가격은 순식간에 붕괴하게 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현재 가격에 거품이 가득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이 거품이 언제가는 터질 것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다. 단지 버블의 끝이 언제일지가 관심거리였을 뿐.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거품을 인위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당국의 입장은 완강해보인다.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는 필요하다. 가상화폐에 들어간 수조원의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거래소 폐쇄는 너무 앞서갔다. 법적인 근거도 없다. 너무 거칠었고, 정교하지도 못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2030 세대는 돈벌 기회를 막아버린 당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은 그리 쉽게 꺽이지 않는다. 가상화폐가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A는 여전히 텐 배거의 꿈을 꾸고 있다. 끝까지 보유할 것이라고 했다. A는 막차가 아니라 이제 막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탄 것인지도 모른다. 가상화폐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지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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