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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드라마앤컴퍼니 인수 전략

박제언 기자공개 2018-01-19 18:22:19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6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멤버'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드라마앤컴퍼니는 명함 관리의 귀찮음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명함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면 자동 전산화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산화될 때 숫자와 글자가 오기되는 확률은 낮았다. 이같은 기술력에 매료된 벤처캐피탈들은 수년전 100억 원 가까운 돈을 드라마앤컴퍼니에 투자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첫 투자유치 시점부터 3년 9개월만에 네이버로 매각됐다. 드라마앤컴퍼니의 사물인식 기술력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네이버는 신주(유상증자)와 구주(벤처캐피탈 지분) 인수로 드라마앤컴퍼니 지분 50% 이상과 경영권을 확보했다. 창업주인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지분은 거의 인수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인수·합병(M&A)에서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창업주의 지분을 매입한다. 그런 측면에서 드라마앤컴퍼니 M&A는 특이했다. 벤처캐피탈 지분 확보만으로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드라마앤컴퍼니 경영진이 물갈이되진 않을 전망이다. 인력과 기술이 동일시되는 벤처의 메커니즘을 네이버가 모를 리 없다.

문제는 네이버가 좀 더 싼 가격에 드라마앤컴퍼니를 인수하기 위해 꼼수를 쓴 점이다. 네이버는 벤처캐피탈 지분의 태그얼롱 조항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만약 네이버가 최대주주인 창업주의 지분을 인수했다면 어땠을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태그얼롱 행사에 따라 창업주 지분과 같은 가격에 벤처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해야 했을 것이다. 드라마앤컴퍼니 인수에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없는 벤처캐피탈의 지분만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들은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이를 수용했다. 드라마앤컴퍼니가 네이버의 지원사격 없이 홀로 서기 힘들 수 있다는 벤처캐피탈들의 판단도 있었다. 자칫 이번 기회를 놓치면 투자금 회수를 하기 힘들어진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울며 겨자먹기였다.

이 시점에서 구글의 M&A전략이 떠오른다. 인재 영입을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어크-하이어(acq-hire, 인수고용) 전략이다. 구글은 이 전략으로 단 두 명의 직원을 가진 회사 '닷지볼'을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인재와 기술에 돈을 아끼지 않는 구글이다. 결과적으로 시가총액 800조 원이라는 경이로는 기업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된 바탕이 됐다.

시장 규모가 다르니 기업가치는 다를 수 있다. 싸게 인수해 비싼 기업으로 키우는 게 네이버의 전략일 수도 있다. 다만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을 받았던 유튜브가 구글의 핵심사업부로 자리잡은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인수가격이 M&A의 본질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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