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도 불안한 금투협 '깜깜이' 후추위 구성원·과정·결과 모두 비공개…후보자들 "협회장 되면 살펴보겠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보추천위원회) 한 분이 정부에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 질문 듣는 순간 '내정자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 금융투자협회장 선출을 위한 면접을 마친 뒤 후보자가 꺼낸 속내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다른 후보자도 "원론적으로 답했지만 질문의 이유가 궁금했다"며 "어떤 답변이 면접에 영향을 줬는지 전혀 알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금융투자협회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둘러싸고 '깜깜이'라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후추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행사하지만, 정작 구성부터 결과까지 모든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있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 후추위의 역할은 막강하다. 후추위는 면접을 통해 최종 투표에 참여하는 후보군을 추린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 몇 명이 후보에 오르는지 모두 후추위가 결정한다. 아무리 회원사들이 원하는 후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면 투표에 올라갈 수 없는 셈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건 후추위가 이사회에서 구성되며, 금투협 공익이사 6인 가운데 3인과 외부인사 2인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극단적인 얘기지만 후추위원끼리 비밀만 유지되면 다른 인물이 면접에 대신 참여해도 알 길이 없다.
금융투자협회는 숱한 비판에도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후추위가 공개될 경우 로비나 외압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각 후보 뿐 아니라 당국으로부터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후추위를 원천봉쇄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후추위 멤버를 공개할 경우 차기 후추위를 꾸릴 때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후추위 관계자는 "후추위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결과에 대해서도 결백하다"며 "하지만 어떤 것도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거 과정을 보면 비공개로 인한 실효성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모 절차가 진행될수록 암암리에 후추위원들의 윤곽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외부인사 2인이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공익이사 6명 중 절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들이 뻔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후추위 구성을 알 수 밖에 없다"며 "후보자들 간 정보비대칭을 야기할 수 있는데다 후추위 내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현재 구조로는 이를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면접을 본 후보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당사자들 또한 어떤 근거로 최종 후보에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면접에 통과했는지도 미지수다. 후보자들은 "내가 받았던 질문이 다른 후보에게도 똑같은 뉘앙스로 전달됐는지 알 길이 없지 않느냐"며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문제제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후보자들은 차기 협회장이 될 경우 후추위 절차를 살펴보겠다고 뜻을 피력했다. 대부분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긴 했지만, 후추위 과정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후추위 명단이나 면접 결과 공개 여부는 정관 개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의견 수렴을 거치면 된다.
한 후보자는 "후추위에 가해지는 비판을 알고 있고, 이런 점을 들여다볼 생각"이라며 "선거 과정을 바꾸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후추위 면접을 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자도 "일단 후추위 구성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협회장이 되면 내용을 살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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