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1위 등극 하니 실리콘밸리서 주목" [암호화폐 플레이어 분석]④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김형년 부사장 "선순환 환경 걷어차는 게 아쉬워"
정유현 기자공개 2018-01-31 08:24:33
이 기사는 2018년 01월 30일 13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매력에 빠져 2~3년 간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을 고민했습니다. 모바일 증권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다른 거래소보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가상화폐 거래소 중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업비트'가 일 순위다. 업비트는 '카카오스탁'을 선보인 금융 스타트업으로 꼽혔던 두나무가 만든 가상화폐 거래소다. 최다 코인 유통을 강점으로 개장 3개월 만에 전세계 1위 거래소로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가상 화폐 유통 건수가 많아서일까.
김형년 업비트 부사장은 준비된 거래소란 점을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접목할 다양한 신사업에 대해 가능성도 전했다. 업비트는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까지 함께 프로젝트를 하자고 연락이 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가상화폐 거래가 단순히 투기로만 인식되는 데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김형년 업비트 부사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블록체인 기술에서 거래소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업비트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2017년 10월 18일 처음 가상화폐 거래소를 열었다. 업비트는 후발주자인 만큼 처음에 고객을 모으고 거래량을 일으키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다양한 코인을 취급하자는 것이었고 미국의 거래 사이트 비트렉스와 제휴를 추진했다.
비트렉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인을 유통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다. 처음엔 비트렉스의 콧대가 높았다. 업비트가 비트렉스를 찾아가기에 앞서 국내의 거래소들도 비트렉스의 문을 두드렸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비트렉스 쪽에 아는 사람이 없어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통해 송치형 의장이 비트렉스 쪽에 연락을 넣었고 미국으로 오라고 해서 만나게 됐다"며 "카카오스탁 앱을 보여주며 회사 설명을 했는데 서비스를 보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제휴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렉스가 처음엔 업비트를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 정도로만 판단하고 쉽게 본 것도 사실"이라며 "초기에 서버 준비도 많이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거래량이 폭증하며 비트렉스 쪽도 당황해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후 3개월만에 회원수 120만 명을 모았고 1월 기준 22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 석달만에 일 최대 거래액 10조 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일평균 거래액은 5조 원 규모다.1월 중순부터 세계 가상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과, 코인힐스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공식 등재되자마자 거래량 규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단기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성장통이 뒤따르고 있다. 개장 당시 업비트의 거래량은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12일경 280% 폭증하는 '비트코인 캐시 사태'가 발생했다. 타 거래소의 거래가 마비되자 고객들이 업비트로 몰리기 시작했다. 업비트가 운영하는 원화마켓은 상장 코인이 많지 않아 멀쩡한 데 비트코인과 연동해 운영하는 비트코인 마켓(BTC) 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 부사장은 "서버 분산을 위해 입출금 지원이 안 되는 상태로 BTC 마켓에 있는 코인을 원화마켓에도 긴급하게 상장시켰다"며 "서버가 다운돼서 고객 주문이 취소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예치금이 1000억 원씩 늘어나는 등 대기록을 갈아치웠다"며 "서버를 증설해도 버티지 못할 만큼 고객이 늘었고 결국 작년 12월 19일에 신규 고객 거래가 안 되게 가상계좌 지급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규 고객 거래를 막은 후 업비트는 서버를 증설하고 안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코인 지갑의 수를 늘리기 위해 개발에 몰두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열풍이 잦아들며 안정세를 보였고 모든 개발자의 판단하에 중단했던 신규 고객 거래도 지난 24일 재개했다.단, 원화 가상계좌 발급 및 입금은 여전히 불가하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입금만 가능하다.
서버 분산으로 마비 사태를 막았지만 유통 코인 수 대비 입출금이 가능한 코인지갑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업비트는 120여 종의 코인을 유통하지만 코인 지갑은 16종 정도에 불과하다.
코인 지갑은 물리적인 보관장소가 아니라 블록체인상 모든 거래기록을 가지고 있는 주소다. 이 주소가 있어야 타 거래소로 전송이 가능하고 법정화폐로 출금할 수 있다.
코인 지갑이 없는 코인은 현금화 시키기 위해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코인을 바꾸는 작업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또 타 거래소로 전송이 불가능해 사실상 거래가 업비트 내에서만 일어난다.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작전세력'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의혹과 실체가 없는 장부상 거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부사장은 "코인 지갑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 때문에 빠르게 오픈할 수 없는 것"이라며 "최근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유진회계 법인의 실사를 통해 업비트가 보관하고 있는 코인과 고객의 코인 종류별 수량까지 100%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정부의 규제 관련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등 외국의 유명한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이 오거나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를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며 "지금까지 한국의 IT 서비스에 해외의 인재들이 먼저 제안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규제로) 이 환경을 걷어차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일부다"며 "수수료로 벌어들인 매출로 블록체인 신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거기서 발생한 코인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등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업비트의 목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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