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5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엔진 매각건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선업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장의 전망에도 여전히 투자기관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만큼 조선·선박은 투자기관들에 만만찮은 분야였다. 유력 사모투자기관(PE)조차도 본입찰 전 눈치를 보다 결국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이런 딜에서 생각보다 작은 투자기관이 눈길을 끌었다. 두산엔진 인수의 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 중 하나로 꼽힌 소시어스가 그곳이다. 입찰 전까지 누구도 예상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소시어스의 인력과 이력을 보고 있자면 선정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시어스는 2004년 자문사로 시작한 곳이다. 금융감독원에 무한책임투자자(GP) 등록은 2016년에 했다. 본격적인 PE업무가 얼마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소시어스의 PE업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병국 소시어스 대표의 경력때문이다.
이 대표는 산업은행 M&A부 출신이다. 산업은행에서 M&A부를 처음만들 때 3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 이후 10년간 같은 부서에 몸담았다. 산업은행에서 유례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 대표는 M&A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산업은행 시절 두산그룹에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를 매각한 사례는 유명하다. 지금의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다. 이외 포스코, STX 등과 여러 차례 M&A 거래를 하며 중공업·조선산업의 이해도를 쌓아왔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9월 STX엔진 인수전은 전초전이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한앤컴퍼니 등 대형 투자기관이 참여했던 M&A건이었다. 소시어스는 당시에도 의외의 참여자였다. 결과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낸 유암코가 STX엔진을 인수했지만 소시어스도 인수전에서는 완주를 했다. 시장에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계기였다.
소시어스는 사실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매각건에도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 결국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에 매각됐다. 다만 매각 본입찰에 홍콩계 사모펀드였던 액티스가 KB금융지주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 액티스의 자문역할을 했던 곳이 소시어스였던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시어스의 자문으로 액티스가 현대증권 M&A건에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소시어스는 지금까지 IB업계의 사관학교 역할을 했다. 소시어스를 거친 많은 인력이 증권사·PE의 임원으로 투자업계를 이끌고 있다. 시장에서 명문 자문사로는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이젠 중개·자문 역할이 아니라 실질 투자기관으로서 명성을 쌓을 때다. 두산엔진을 시작으로 대형 M&A에서 진면목을 보여주는 투자기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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