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장 교수 발탁 배경, '하겠다는 이가 없다' 실익 없다 인식, 기업가 후보 줄줄이 이탈…길재욱 교수, 실무경험 미미
강우석 기자공개 2018-03-13 15:49:09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을 진두지휘할 인물로 길재욱 한양대 교수가 내정됐다.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상장심사 및 폐지, 본부장 해임건의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다음주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위원장 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교수 출신의 발탁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유력 후보자들이 제안을 연거푸 고사한 탓이다. 청와대와 금융 당국이 추린 숏리스트엔 대부분 학계 관계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 '교수만' 포함된 숏리스트…기업가 "위원장 부담되고 실익 낮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과 △코스닥시장본부장 △코스닥위원회 신규위원 2인 등 총 4명에 대한 선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코스닥위원장 자리엔 길재욱 교수가 내정됐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일 그를 유일한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 출신 위원장은 예고된 결과였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금융당국이 추린 숏리스트에는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한정화 한양대 교수 등 학계 출신이 대다수였다. 청와대 측도 교수 출신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스닥위원장은 거래소 외부, 코스닥본부장은 내부에서 선출하는 걸로 일찌감치 가닥이 잡혔다"라며 "기업가를 최대한 중용하려는 분위기였으나 거절 의사를 밝힌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초기에는 기업가 출신의 등용이 탄력을 받았다. 정부 자본시장 정책이 코스닥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중량급 외부인사가 수혈되는 분위기였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이사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잠재 후보자 중 위원장 자리를 탐낸 이가 전무했기 때문. 코스닥위원장은 비상근 직책으로 본업과 동시에 맡아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장심사 및 폐지, 본부장 해임건의 등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고려하면 겸업은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1세대 벤처창업가로 알려진 한 관계자는 "비상근직에 급여까지 낮은데 누가 막중한 책임을 갖고 코스닥위원회장에 선뜻 나서겠느냐"라며 "잠재후보 중 회사를 떠나 위원장 자리에 뛰어들 이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연기금 자산운용 관심↑…코스닥 차별화 강조
길재욱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출신으로 정지원 이사장의 대학 선배다. 1994년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듬해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現 에리카캠퍼스)에 부임했다.
연기금 자산운용에 높은 관심을 가져왔다. 기획예산처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과 신용보증기금 자산운용전문위원, 예금보험기금 성과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64개 공적 연기금 평가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장을 맡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주관은 뚜렷한 편이다. 그는 자본시장연구원이 2015년 개최한 '코스닥 시장 현황과 미래 발전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진중히 고민하는 부서나 구성원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코스닥 시장 차별화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 사립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길 교수는 증권학회에 몸담았을 때부터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코스닥 시장 재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라며 "현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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