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원장, 채용비리 고발 은행과 '닮은꼴' 해명 "연락 와 말만 전달" 입장, KB·하나 등도 반박 내용 비슷
김장환 기자공개 2018-03-13 10:06:06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흥식 원장이 자신을 향해 제기된 채용비리 의혹을 두고 특별검사단 구성을 알리며 정면 승부에 나섰으나 논란을 쉽게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 원장이 '떳떳하다'며 내세우고 있는 반박 논리 자체가 금감원이 검찰 고발까지 단행한 은행권의 반박과 닮았다. 금감원이 그동안 내세운 논리대로면 최 원장 의혹도 법정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3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 친구 아들 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전형 과정 등 전반을 자진해서 검사하고 검증받겠다는 목적에서 구성하기로 한 조직이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당시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3년 하나은행 채용 과정 전반을 검사하게 되면 이 같은 반박이 사실로 밝혀질 것이란 생각에서 특별검사단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다만 금감원이 채용비리 검사를 거쳐 검찰 고발 초강수를 뒀던 여타 은행권도 비슷한 반박을 내놓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국내 은행권 전반에 대한 채용비리 현장검사를 벌였고, 하나·국민·부산·대구·광주은행 등 5개사를 검찰 고발했다. 이들 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안대로면 하나은행은 소위 SKY(서울·고려·연세) 대학 출신 지원자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의 채용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 기존 전형 점수가 낮았던 인사들의 점수를 높여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종손녀를 채용하는 과정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샀다. 금감원은 이외 은행들 역시 이와 비슷한 의혹을 뒀다.
이들 은행은 이에 대해 대부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연루된 고위 임원들은 청탁을 받아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A 은행의 경우 특정 합격자의 인사 지원 서류에 'B 임원'이란 글이 수기로 적혀 있는 정황도 있었지만 해당 임원 역시 외부에서 문의가 와 질문을 한 게 전부라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도 마찬가지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2013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 특정 입사자 지원서류에 '최흥식 부사장'이란 수기가 발견됐다. 최 원장의 오랜 친구인 모 건설사 대표이사 아들의 인사지원 서류에서였다. 해당 인사는 현재까지도 하나은행 서울 영업소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최 원장 채용비리 의혹은 모 언론사 보도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최 원장의 해명도 비슷하다. 최 원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락이 와서 담당 임원한테 던져주고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고 말했을 뿐, 영향력은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고발한 은행들과 다를 게 없는 해명이다.
최 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채용비리 논란은 크게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이 직접 나서 이번 사안을 살펴보기로 했다. 고위 공직자의 비위 사실을 집중 조사하는 곳이다. 그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 등 조치가 가능하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문제도 법정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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