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급등, 한국물 프리미엄 지급 요구 봇물 [Market Watch]한국 발행사, 글로벌 채권 시장 조달 여건 악화
이길용 기자공개 2018-03-26 07:56:00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1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 초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린 이후 한국물(Korean Paper·KP)에 대한 프리미엄(Premium)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010년 이후 국가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예외로 인정을 받았던 한국물도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추세로 전환하면서 한국물 발행사들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지난 2월 초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미국 고용 지표가 호재를 보이면서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폭락했다.
대부분 주가지수는 2월 초 수준을 회복했지만 채권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연계된 금리 인상 우려가 걷어지지 않으면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가장 잘 드러난 장기물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10T)는 2월 초 2.9% 수준까지 급등한 뒤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가 올해 최소 3번은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 10T가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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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가 뛰면서 한국물 발행사들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이전보다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없는 한 대부분의 한국물들은 프리미엄 지급 없이도 수월하게 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10년 이후 한국 신용등급이 AA급까지 오르면서 초저금리가 유지되더라도 신용등급 향상으로 인한 채권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한국물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 2월 초 유로본드로 3억 달러를 조달했던 대구은행은 5.5년물을 발행하면서 스프레드(가산금리)를 미국 국채 5년물 금리(5T)에 13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당시 대구은행과 주관사단은 뉴이슈프리미엄(New Issue Premium·NIP)이 10bp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뉴이슈프리미엄은 새로운 발행 물량에 대해 지불하는 이론 상의 프리미엄을 의미한다. 기존에 유통되는 채권이 있다면 새로 발행되는 물량의 경우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투자자들이 매수할 이유가 생긴다. 유통금리와 동일한 수준으로 뉴이슈프리미엄이 결정된다면 투자자들은 새로 발행되는 채권을 사기보다 유통되는 채권을 사는 것이 더 낫다. 이론상으로는 프리미엄 지급이 맞지만 한국물은 그 동안 우량 신용도 덕분에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대구은행 딜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5억 달러와 10억 달러 글로벌본드(RegS/144a)를 발행한 현대캐피탈과 산업은행은 뉴이슈프리미엄 지급 없이 유통금리와 동일한 수준으로 딜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캐피탈은 스왑(Swap)을 통해 조달비용을 아낄 수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유통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딜을 마무리한 것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조달 비용 절감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동안 음(-)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신규 발행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타이트한 금리 결정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이전처럼 금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10년물 후순위채를 발행한 신한은행도 프리미엄 지급이 불가피했다. 신한은행은 스프레드를 10T + 165bp로 결정했는데 이는 10년물 유통금리보다 8bp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10T 금리가 3%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유지되면서 금리 인상을 크게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프리미엄 지급 요구가 거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계인 HSBC와 ING가 각각 코코본드(AT1)와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50bp와 25bp의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우량함을 투자자들에게 더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물 발행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없다면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고도 딜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이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한국물을 대상으로도 요구하는 프리미엄 수준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관행에 맞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한국물 발행사들이 타이트하게 금리를 결정해도 투자 수요를 모으는데 문제는 없었다"며 "예전 호황기를 생각하며 금리 타겟을 결정할 경우 쉽게 외화를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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