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실종, 규모 급감…달러화 쏠림 완화 [KP/Overview] 채권 금리 급등, 조달 부담…포모사본드 급부상
이길용 기자공개 2018-04-02 14:20:25
이 기사는 2018년 03월 30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달러화 쏠림 현상이 극심했던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 통화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90%에 달했던 미국 달러화 비중이 70%대로 줄었다. 다만 달러화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국물 발행 규모가 대폭 감소한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대규모 공모 딜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외화 조달을 멈출 수 없는 발행사와 주관사단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왑 환경이 개선되면서 스위스프랑(CHF), 홍콩달러(HKD) 채권이 발행됐고 포모사본드는 국내 은행들의 미국 달러화 대체 조달처로 급부상했다.
◇ 빅딜 가뭄, 시장 축소 불가피…달러화 쏠림 완화
30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한국물 발행 규모(공모 기준)는 55억 1129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7년 84억 120만 달러보다 34.4% 줄어든 규모다. 2016년 71억 1658만 달러보다도 22.6% 감소했다. 2015년 1분기에는 41억 5885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때는 금융위기 이후 발행했던 한국물 차환 물량이 급감하면서 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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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분기 한국물 시장이 부진했던 것은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대규모 공모 딜을 쉽사리 할 수 없었던 시장 상황에 기인한다. 지난 2월 초 미국에서 임금 지표가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를 최대 4차례까지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형성됐다. 이로 인해 주식과 채권 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특히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많이 반영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10T)가 3%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한 후 2.75% 수준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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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분기 10억 달러 이상 대규모 빅딜은 산업은행 1건에 불과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보통 1분기 빅딜을 통해 대규모 외화를 확보하지만 2018년에는 예외였다. 특히 지난 2년 간 평균 120억 달러의 차환 물량이 만기도래했지만 2018년에는 7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에 불과해 조달 니즈가 이전보다 크지 않았다. 공기업과 은행, 사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5억 달러 이상 조달한 딜은 현대캐피탈 글로벌본드(RegS/144a) 한 건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화 대규모 공모가 어려워지면서 쏠림 현상은 약화됐다. 2018년 1분기 전체 한국물 발행 물량 중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78.48%에 불과했다. 2017년 1분기 82.13%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대만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조달한 미국 달러화 물량을 제외할 경우 비중이 58% 수준으로 급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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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통화 발행 환경 개선…포모사본드 급부상
미국 달러화 쏠림 현상에 기를 펴지 못했던 이종통화 시장이 2018년부터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16~2017년에는 미국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이종통화의 조달 비용이 미국 달러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달러화로 스왑할 경우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이종통화 채권 발행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지난 2년 간 미국 달러화가 차지했던 비중은 90% 수준에 육박했다.
달러화 공모 딜에서 사라졌던 수출입은행은 5억 스위스프랑 채권을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2015년 이후 사라졌던 역외 위안화 채권도 활발하게 발행됐다. 수출입은행과 한국도로공사는 각각 15억 위안과 13억 위안을 조달했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역외 위안화를 달러화로 스왑할 경우 조달 비용이 급증했지만 2017년 중순부터 중국 정부가 다시 위안화 국제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스왑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모사본드 시장은 미국 달러화 대체 시장으로 떠올랐다. 2018년 1분기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로 조달된 금액은 11억 2500만 달러다. 1분기 전체 조달 규모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12일 프라이싱을 마쳤지만 납입일 기준으로 집계하는 더벨 리그테이블 규정상 2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국민은행 포모사본드 3억 달러까지 감안하면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대만은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가 넘을 만큼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하다. 지난 2월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한국물 시장의 위상은 꺾이지 않았다. 글로벌본드 시장의 경우 한국물도 이제는 뉴이슈프리미엄(New Issue Premium·NIP)을 지불하지 않고는 발행이 힘든 상황까지 몰렸다.
포모사본드 시장에서는 대만계 은행들이 우량 채권인 한국물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프리미엄 지불 없이 조달을 할 수 있다보니 금리 자체가 글로벌본드 시장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3~4억 달러 이상으로 발행 규모를 늘리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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