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하필 같은 날 '빅딜' 경쟁 거래 규모만 총 11억 달러…주관사 CS, 멘데이트 중복 '부담'
민경문 기자공개 2018-04-11 07:51:17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0일 1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LG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삼성물산 블록딜과 LG화학 교환사채 거래가 하필 같은 날 진행되면서 흥행 대결에 이목이 쏠린다. 총 거래 규모만 11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양측 거래에 주관사로 모두 참여하는 크레디트스위스(CS)는 그만큼 부담을 안게 됐다.삼성SDI는 10일 장 마감 이후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2.11%(404만 2758주) 매각을 위한 수요 조사에 나섰다. 주관사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가 참여했다. 10일 종가(14만 4000원) 기준 처분 금액은 5821억 5715만 2000원이다.
주관사 측은 할인율 조건으로 2.8~4.9%를 제시했다. 주당 13만 7000원에서 14만 원의 가격 밴드였다. 주당 매각 가격이 할인율 밴드에서 이뤄질 경우 삼성SDI는 5539억 원에서 최대 5660억 원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LG화학도 공시를 통해 교환사채(EB) 발행을 알렸다. 6억 달러(한화 약 6400억원) 규모의 기명식 무보증 외화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민간기업 기준 최대 규모다. EB가 유럽(비엔나 증권거래소)에 최초 상장될 예정이다. 주관사는 CS다.
3년물이며 만기 이자율은 제로다. 미국달러와 유로 등 두 개 통화로 동시 발행되는 구조다. 달러의 경우 25~30% 유로는40~50%의 프리미엄이 적용된다. 교환대상은 LG화학 보통주 128만 4888주다. LG화학은 EB 발행 자금을 폴란드·중국 등 해외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는 두 개의 빅딜이 하필 같은 날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양사의 발행 규모를 합하면 11억 달러가 넘는다. 시장 관계자는 "소화가 불가능한 액수는 아니지만 각각의 흥행에 긍정적인 상황은 분명 아닐 것"이라며 "삼성과 LG라는 대기업간 자존심도 걸려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양측 딜의 북빌딩이 같은 날 결정된 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LG화학 EB와 같은 해외 사채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외 사채를 찍으려는 국내 기업이 워낙 많다보니 기재부가 특정 날짜를 정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G화학 주관사인 CS 입장에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블록딜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날짜를 옮기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주가가 3.97%나 오른 10일이 블록딜 개시에 최선의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양측 딜의 주관사 모두 사전 수요를 확인하는 작업인 월크로싱(wall-crossing)을 시도했을 것"이라며 "다만 딜이 동시에 진행돼 버린 만큼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으로선 CS가 주관사로 참여하는 LG화학의 EB 거래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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