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억 유입 삼성SDI, 현금흐름 개선 청신호 2020년까지 3조원 투자 계획…차입없이 신규 투자 재원 활용 가능
김일문 기자공개 2018-04-18 08:22:18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7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 잔여지분을 모두 처분한 삼성SDI의 현금흐름 개선이 기대된다.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의 여파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않은 상황에서 뭉칫돈이 유입되면 유동성이 풍부해졌다.삼성SDI가 해당 지분 매각 대금으로 다른 계열사 지분을 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다른 순환출자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장 등 설비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이달 10일 삼성물산 지분 404만여주(지분율 2.11%)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3.81%의 할인율로 주당 13만 8500원, 전체 거래 금액은 5600억 원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예규를 변경,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에 삼성물산 지분 처분을 명령한 바 있다.
이번 블록딜로 삼성SDI의 현금 흐름은 상당폭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의 작년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21% 늘어난 6조321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9263억 원 영업손실에서 작년 11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눈에띄는 것은 순이익이다. 2111억원 수준이었던 삼성SDI 순이익은 작년에 6431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주식의 지분법 평가이익 6979억 원이 반영된 결과다.
현금흐름은 녹록치 않다. 삼성SDI의 작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500억원에 달한다. 6431억원의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8400억원의 자산부채 증감이 반영됐고, 이자와 법인세 지급 등이 더해지면서 결국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자산부채 증감 항목을 살펴보면 매출채권이 3000억원 넘게 늘어났고, 재고자산 역시 1000억원 이상 증가한 반면 기타채무가 6247억원 감소해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기타채무는 충당부채와 예수금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금흐름표상 채권이 늘고 채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회사로 유입된 돈에 비해 빠져나간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SDI는 작년에 장단기금융상품과 각종 자산 처분으로 1조97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배터리사업과 전자재료 사업을 위한 유형자산 취득으로 9914억원이 빠져나가면서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증가는 893억원에 불과했다.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크게 증가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차입규모를 9000억원까지 늘렸고, 특히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금을 통해 700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결과적으로 작년 2000억원 가량의 현금 증가 효과는 영업으로 번 것이 아니라 차입을 일으킨 효과인 셈이다.
이번 삼성물산 지분 매각으로 56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면 차입 증가로 악화됐던 삼성SDI 재무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매각 대금으로 설비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매각 대금을 활용해 다른 삼성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기란 쉽지 않다.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 이슈가 생기기 때문이다. 순환출자고리 이슈와 상관 없는 지분이라면 투자 실익이 높지 않다.
삼성SDI는 지난 2016년 케미칼 사업부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면서 2조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한 후 재작년과 작년 두해에 걸쳐 연간 8000억~9000억원씩 설비투자에 적극 나섰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던 만큼 이번 삼성물산 매각 대금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크레딧 업계에선 추가 차입없이 신규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크래딧 애널리스트는 "삼성SDI가 삼성물산 잔여 지분을 자발적으로 매각한 것은 아니지만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된다는 점은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 여력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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