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운용사 반발 "경기 중 '룰' 바꾸면 어떡하나" [코스닥 벤처펀드 리스크 점검]금융위 공모주 배정 방식 변화 후폭풍…불완전판매로 번질라 '노심초사'
이효범 기자공개 2018-05-10 11:07:2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4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벤처펀드 개선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미 투자자를 모집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기존 공모주 배정방식을 전제로 운용전략을 수립해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갑자기 룰이 바뀌면서 목표수익률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점차 새어나오는 상황이라 자칫 불완전판매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두고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코스닥벤처펀드 균형성장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코스닥벤처펀드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공모주 배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펀드 순자산 규모를 고려해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는게 핵심이다. 여기에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주관사 재량으로 공모펀드에 최대 10% 추가 물량 배정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규정이 적용되면 순자산 규모가 작은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운용으로 낼 수 있는 수익률이 기대했던 것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도 설정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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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배정방식은 펀드 조성규모와 무관하게 배정된다는 점에서 소규모 펀드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가령 공모금액 100억원인 A기업의 공모주에 총 5개 펀드가 100억원씩 청약할 경우 경쟁률은 5:1이다. 이 경우 5개 펀드가 공모, 사모 혹은 순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배정금액은 각각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배정방식 아래 각 펀드들이 동일하게 1억원의 수익을 낸다면 순자산이 작은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게 형성된다.
반면 금융위가 개선책으로 제시한 배정방식을 적용하면 순자산 규모가 큰 코스닥벤처펀드가 더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게 된다. 청약에 참여한 전체 코스닥벤처펀드의 순자산을 개별 펀드의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대로 공모주를 배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모펀드의 경우 배정된 물량에 최대 10%를 얹어주는 가중치를 둔다. 기존 공모주 배정 방식과 비교하면 순자산 규모가 작은 펀드는 공모주 배정 물량이 줄고, 수익률도 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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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에만 자금이 집중될 경우 일반국민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도입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가입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아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또 사모 운용사들이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메자닌채권을 대거 편입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금융위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공모주 배정방식을 갑자기 조정하면서 날벼락을 맞게 됐다는 반응이다. 기존 배정방식을 염두에 두고 세운 운용전략을 뒤엎어야 할 판이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공모주 배정방식이 변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게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대다수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운용전략을 갖고 있다.
A운용사 대표는 "금융위가 개선방안을 내놓은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기존 룰을 믿고 이미 펀드를 설정한 운용사와 투자한 수익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며 "경기 도중에 바뀐 룰 때문에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진 상황을 수익자들이 받아들일지 난감하다"고 우려했다.
B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은 통상 10~15%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공모주 배정방식이 변하면 수익률은 예상했던 것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적으로 이번 사안을 두고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펀드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운용에 제한이 많은 코스닥벤처펀드를 굳이 운용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설정한 펀드를 당장 청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공모주 혜택만 받고 단기간 내에 차익실현 후 청산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펀드를 설정한지 1년 내에 청산하는 운용사를 불성실 기관투자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C운용사 대표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운용이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데 수익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 펀드를 운용해야 할지 의문"이라며 "펀드를 청산하면 불성실 기관투자자로 지정되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미 투자자 모집을 마무리 한 펀드들에게도 변경된 룰을 소급적용하기보다 유예기간을 줘야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바뀐 룰로 인해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설명서에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투자자가 문제를 삼을 경우 불완전 판매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운용사 입장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앞선 운용사 대표는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이번 금융위의 개선방안을 두고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투자설명서에는 정책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언급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를 문제 삼는게 더욱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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