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의 NH증권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할까 [하우스 분석]'커버리지·부동산' 조직개편 키워드…IB 확대 의지
민경문 기자공개 2018-05-10 07:10: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26일 열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취임 기자간담회. 눈에 띄는 키워드 중 하나는 '골드만삭스'였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도 오랜 전통을 깨고 IB 출신인 데이비드 솔로몬을 신임 회장으로 낙점했다"고 언급한 것. 정 사장 본인 역시 IB 수장으로서 증권사 대표이사까지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데이비드 솔로몬이 골드만삭스의 IB 대표직을 맡은 시점은 2006년이었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이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IB 헤드로 옮긴 때와 같다. 이후 12년간 트레이더 출신인 블랭크 파인 회장 아래서 신임을 쌓은 데이비드 솔로몬은 결국 골드만삭스의 1인자로 올라섰다. 정 사장 역시 같은 기간 NH투자증권 IB를 최고 하우스로 일궈냈다.
국내에서 IB출신이 증권사 사장까지 오른 건 정 사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토종 IB로 출발해 줄곧 한우물만 판 전력을 가진 정통파는 처음이다. 나머지는 IB에 몸담은 적이 있거나 외국계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정도일 뿐이다. 그만큼 NH투자증권의 IB의 힘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0년 NH투자증권 경상이익(2893억원)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374억원)였다. 7년 후 IB 부문 경상이익은 1708억 원으로 확대됐다. 전체이익(4425억원)의 1/3이 넘는 수준이었다.
정 사장은 IB 비중이 계속 커질 것으로 자신한다. 그는 골드만삭스 사례를 들며 "자본시장의 세계적 흐름이 IB 쪽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자기자본은 4조 원대에 그치고 있지만 각각 100조원 규모인 농협상호금융과 농협생명·손해보험의 풍부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IB 확대 의지는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0년 넘게 유지됐던 단일 IB 사업부 체제가 두 개로 늘어났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도 NH투자증권이 처음이다. 특히 인더스트리(industry) 본부를 중심으로 커버리지 조직을 확대했다. 본부장 승진 인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새롭게 추가된 FI본부는 금융기관과 사모투자펀드 등(PEF)에 대한 영업력을 키우기 위한 의사결정으로 보인다. 지난해 완료된 IMM의 한진해운 신항만 매각은 NH투자증권의 자문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아마존·페이스북 같은 자본 시장의 플랫폼 사업자가 되기 위해선 커버리지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업계에선 부채자본시장(DCM)에서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자본시장(ECM) 최강자였지만 회사채 부문에서 지나치게 힘을 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던 NH투자증권이었다. 특히 여전채(FB)나 발전 자회사 채권 부문에서 취약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정 사장은 프로젝트금융본부 신설 등을 통해 부동산 영업 강화를 모색할 전망이다. 구조화금융본부의 종합금융부와 부동산금융본부의 프로젝트금융부를 합친 조직으로 PF 영업에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여의도 파크원 딜과 같은 대박거래가 재현될 지 주목되는 이유다.
뉴욕 현지법인에 IB 데스크를 설치한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를 위해 IB 기획부 인사 한명을 별도 파견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년 전 글로벌 IB인 에버코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미국 시장에서의 딜소싱 강화에 주력해 왔다"며 "뉴욕 IB 데스크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LNG터미널 등 현지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NH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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