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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이전 삼일, LS 떠나 아모레퍼시픽 택한 사연 비용 감수하고 31년만에 이사..."구자열 LS 회장에 양해 구했다"

민경문 기자공개 2018-05-15 09:39: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9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이하 삼일)의 본사 이전은 무려 31년 만이다. 국제그룹 사옥으로 옮긴 시점이 1987년이었다. 2006년 LS그룹의 국제빌딩 인수 후 지금의 LS용산타워로 바뀐 후에도 삼일은 12개 층을 사용해 왔다. 그 동안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회계법인 1위로 올라섰다. 업계에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으로 이사하는 삼일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삼일은 본사 이전을 앞두고 직원 대상 설문조사까지 단행했다. 강남, 여의도에 자리잡은 대형 빌딩을 제치고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이 '몰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이 무려 5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완공한 최첨단 건물이었다. LS용산타워가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거치긴 했지만 경쟁사 대비 '올드'한 사옥 이미지는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을 수 있다.

삼일 관계자는 "신입 회계사 모집과정에서 지원자들이 낙후된 본사 사무실을 이유로 경쟁사를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여의도 IFC, 삼정KPMG가 스타타워 등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E&Y한영은 2007년부터 예전에 SBS 사옥이 있었던 자리인 태영빌딩 일부 층을 임대해 쓰고 있다.

신사옥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자동으로 좌석 점유가 되는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임원들에게 주어지는 방도 하루 이상 부재 시 회의실로 전환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계법인 최초로 직장어린이집인 '삼일어린이집'을 마련해 육아 편의성을 높였다. 임직원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내 카페도 생겼다.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기존 사옥주였던 LS와 새 건물을 지은 아모레퍼시픽 모두 삼일의 주요 고객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LG그룹 방계로 분류되는 LS의 입지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삼일 측은 LS 대신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을 택했다. 건물 완공 후 입주사를 찾고 있던 아모레퍼시픽으로선 삼일이 최적의 파트너였다. 대형 회계법인이라는 특수성도 건물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컨설팅 등 일부 부서가 남긴 했지만 12개층을 사용하던 삼일의 이탈은 LS 입장에서 충격이었다. LS네트웍스는 작년 영업이익 가운데 임대사업으로 148억원을 벌었는데 상당 부분은 삼일이 지급한 임대료였다. LS네트웍스로선 삼일이 핵심 임차인이자 최대 고객이었다는 얘기다.

LS 측은 이후 다른 입주사를 찾지못해 계열사로 삼일이 나간 빈 자리를 채워야 했다. 삼일 관계자는 "당시 수뇌부가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찾아가 직접 사과도 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모레퍼시픽 측이 제안한 임대료가 더 싼 것도 아니었다. 삼일 관계자는 "3년 동안은 거의 '제로'나 다름없는 가격이지만 나머지 계약기간 동안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가 비싼 편"이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LS용산타워보다 입주비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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