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0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8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나스닥으로 방향을 잡자 한국거래소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거래소 수장인 최경수 이사장은 상장 기업수 확대에 무척이나 집착했다. '창조 경제' 일환으로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서였다.그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최 이사장은 "올해 코스피시장에 20곳, 코스닥시장에 100곳, 코넥스시장에 100곳 등 220개사 이상을 상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연초 목표는 170곳. 반년만에 목표치를 대거 상향 조정했다.
이 와중에서 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행을 확정짓자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최 이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라도 붙잡아야 한다며 직원들을 달달 볶았다고 한다. 하지만 3년 연속 적자 기업인 바이오로직스는 수치만 놓고 보면 상장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거래소는 코스닥을 비롯해 유가증권시장까지 상장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당연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타깃으로 한 조치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상장과 편법 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단위 IPO에 대한 거래소의 욕망과 금융감독원의 무신경으로 인해 장애물은 하나둘씩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2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으로 확정했다. 상장후 1년 3개월동안 주가는 3배 이상 급등했다. 바이오업종의 대장주로 자리잡으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까지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따라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옥을 맛보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의혹이 당국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주가는 급락을 거듭한다. 금융감독원의 공개 직전 32조2885억원을 기록했던 시가총액은 4일 23조7863억원으로 사흘만에 8조5022억원이나 감소했다.
8조원이 넘는 돈이 허공에 사라지자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상장 당시에 아무 문제없이 상장 심사를 승인했던 금감원이 왜 지금와서 문제를 삼느냐는 것이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가 상장하기 전후까지만해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가 없단 입장이었다. 금감원의 위탁을 받은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예비상장기업에 대해 회계감리를 벌이는데 삼성바이오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가 그대로 수용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문제 없이 코스피에 입성했다. 참여연대 등에서 그해 12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회계처리의 정당성에 대해 금감원에 물었으나 금감원은 다시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의 공개 방식에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위반 관련 조치 사전 통지서를 전달한 뒤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다. 제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통지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삼성바이오가 처음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사전에 공개한 금융감독원의 업무에 대해 적법성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삼성이라고 감쌀 이유도, 분식 회계를 옹호할 이유도 전혀 없다. 법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하고, 잘못이 있다면 엄격하게 처벌하길 바란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상황이 달라졌다고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빅4 회계법인 중 3곳의 의견을 받았고 상장 과정에서 회계법인, 회계전문가, 금감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이를 따랐다. 이제 와서 회계 사기, 분식회계기업이라고 낙인을 찍는다면 누구를 믿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어쩌면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회계법인, 삼성그룹 모두가 국민을 속인 공범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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