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 확산' 한진그룹에 칼 빼든 금감원 '평판위험' 평가항목 신설…대한항공 실적 개선 불구, '재무구조 평가' 불이익 받을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8-05-14 17:41:3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4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오너 집안의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진그룹에 대해 칼날을 빼들었다. 올해부터 갑질이나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그룹이 은행 등 금융기관 재무구조 평가 때 감점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 악화가 재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다.한진그룹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 개선으로 올해 재무구조개선약정 졸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금감원의 이번 재무평가 기준 강화로 불이익을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14일 '2018년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재무구조 평가 때부터 대기업그룹 경영진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소속 계열사가 분식 회계,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 질서 문란 행위를 하면 평가에서 감점을 매기기로 했다.
현행 정량 평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 평가 방식을 정성 평가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량평가 항목은 △수익성(매출액영업이익률) △채무상환능력(이자보상배율) △재무안정성(부채비율) △현금흐름(EBITDA/총차입금) △유동성비율(현금성자산/유동부채) 등이다.
정성평가 항목은 △지배구조위험 △산업·재무항목 특수성 △영업추이·전망 △해외 및 금융계열사의 영업·재무상태 △우발채무 △재무적 융통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금감원은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 야기'와 '시장 질서 문란 행위'를 정성평가 항목에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 때 이런 기준을 추가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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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한진그룹 등 특정기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 뿌리기 갑질' 논란이 한진 오너 일가 전체로 확대되면서 대한항공 불매 운동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이번 재무구조 평가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한진그룹 사태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한진그룹의 경우처럼 오너일가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저지르는 등 기업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의 재무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은행 여신심사역 등이 포함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평판위험'을 재무구조 평가에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이번 '평가위험' 항목 신설로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개선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 졸업 가능성도 엿보였던 한진그룹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자금사정 악화로 2009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계열사나 보유 자산의 매각과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을 추진해왔다. 2013년 말에는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에쓰오일 주식과 노후 항공기, 부동산 등을 매각해 3조5000여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2015년에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그 결과, 4년 연속 누적 기준 2조원의 적자를 내던 대한항공은 2017년 8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한했다. 2016년말 120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도 1년만에 500%대로 떨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무구조 평가를 해봐야 하지만 지난해 대한항공의 실적 개선으로 한진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졸업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러나 평판위험 등 정성평가 강화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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