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송상종, 피데스운용의 처음과 끝 [지배구조 분석] '1세대 자문사→베트남 특화 운용사' 변신주도…초창기멤버 지분 여전
최필우 기자공개 2018-05-29 10:04:01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4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전문 운용사로 손꼽히는 피데스자산운용은 송상종 대표가 일군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1세대 투자자문사로 이름을 날리고 베트남 특화 운용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모두 송 대표가 이끌었다. 송 대표는 우호 지분을 포함해 50%가 넘는 지분율을 바탕으로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설립 초창기 송 대표와 회사 기반을 닦았던 임원들도 여전히 지분을 가지고 있다. 김한진 부사장, 신성수 전무 등은 현재 회사를 떠난 상태지만 주요 주주로 피데스자산운용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송상종 대표 지분율 46.94%, 견고한 최대주주 자리
피데스자산운용 지배구조의 핵심은 송 대표다. 지분 46.94%를 보유하고 있는 송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줄곧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 대표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은 이인규씨(8.93%)는 송 대표의 과거 직장 선배로 전신인 피데스투자자문 설립 당시 자본금을 댔다. 이 씨는 경영과 운용에 전혀 참여하지 않아 그의 지분은 사실상 송 대표 우호 지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송 대표와 이 씨의 지분율을 합치면 55.87%로 절반을 웃돈다.
1960년생인 송 대표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장인환 전 KTB자산운용 대표와 광주제일고 동기 3인방으로 유명하다. 송 대표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79학번)를 졸업하고 옛 동원증권과 교보생명에서 주식, 채권 운용역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박 회장과 미래에셋창업투자 창립 멤버로 조우하기도 했지만 송 대표는 1998년 피데스투자자문을 설립,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다.
피데스투자자문은 국내 1세대 투자자문사로 분류된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이 설립한 코스모투자자문, 박경민 대표의 한가람투자자문,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회장이 세운 IMM투자자문 등이 피데스자투자자문과 당시를 풍미했던 회사들이다. 피데스투자자문은 기존에 없었던 기관투자가 투자일임 시장을 개척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1년에는 설립 3년 만에 국민연금공단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 투자자문사가 대거 출현하면서 피데스투자자문은 전성기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 케이원투자자문, 브레인투자자문, 한국창의투자자문이 자문형랩을 히트시키며 금융투자업계 판도를 바꾸자 피데스투자자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송 대표는 국내 자문업계에서 다시 우위를 점하기 어렵하고 판단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하게 됐다.
당시 송 대표는 성장성이 높아 보였던 중국과 베트남을 두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형 증권사와 운용사 다수가 중국 상해에 법인과 리서치 센터를 세우는 등 이미 시장이 선점돼 있어 중국 진출을 마다하고 베트남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송 대표의 동생이 베트남에서 한식당과 레미콘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었던 것도 그가 베트남을 낯설게 느끼지 않았던 요인으로 꼽힌다.
피데스자산운용은 2007년 호치민 사무소를 출범시켰다. 이후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베트남 투자금을 처음 유치하기 까지 6년이 걸렸다. 송 대표는 이 기간 동안 현지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결과를 모으고 국내 운용역들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같이 10여년을 공들인 호치민 사무소를 기반으로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특화 운용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피데스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6067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헤지펀드 업계에서 5위권에 드는 규모다. 멀티 전략을 사용하는 '피데스 신짜오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2016년 1월 28일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 22.41%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같은해 9월 20일 설정된 '피데스 신머이 B&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는 베트남 국공채와 공모주에 투자해 누적 수익률 9.42%를 기록했다.
14억원을 종자돈 삼아 창립한 피데스자산운용은 이후 네 차례에 걸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현재 자본금은 33억원. 이 과정에서 송 대표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지분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송 대표는 현직 임직원 중 유일하게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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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임원 지분 유지, 늘어나는 배당금
피데스자산운용의 주주 구성을 보면 전직 임원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성수 전 전무와 김한진 전 부사장은 각각 6.51%, 5.87%에 해당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회사를 떠난 상태지만 지분을 유지하며 꾸준히 배당을 받고 있다.
신 전 전무는 회사 창립 멤버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자산운용본부장을 맡아 2000년대 초중반 송 대표와 함께 국내 주식 투자일임과 자문을 담당했다. 신 전 전무는 피데스자산운용이 베트남 특화 운용사로 변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났고 현재 개인투자자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사장은 신영증권과 옛 삼성투신운용을 거쳐 2006년에 합류했다. 그는 리서치를 총괄하며 일임과 자문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부사장은 2013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직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피데스자산운용 주주들이 받는 배당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0, 2011 회계연도에는 배당이 없었지만 2012, 2013 회계연도에 각각 1억 3452억원의 배당이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2014년 순손실 7억 3195만원을 기록했을 때도 2억 2903억원의 배당이 지급됐다. 올해 지급된 배당금은 각각 3억 9455만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피데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몇몇 퇴직 임원들은 회사를 떠난 이후 경영과 운용에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주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초창기 회사가 자리 잡는 데 기여도가 높았던 만큼 배당이 꾸준히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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