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빠진 터키, 채권 투자 손절해야 하나 유럽투자은행 채권 환손실 리스크…전문가 "리라화 추가 약세 불가피"
이승우 기자공개 2018-06-01 11:27:18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8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물가, 올 들어 20% 가량 떨어진 리라화 가치 등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터키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키 리라화 표시 채권을 사들인 국내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손절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환손실은 둘째 치고라도 디폴트 리스크까지 감안해야하는 상황에 닥쳤기 때문이다.◇금리인상 백약무효..리라화 끊없는 추락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 후반 유동성 창구(LLW) 금리를 13.5%에서 16.5%로 300bp 인상했다. 10%대 물가 상승률과 추락하는 리라화 가치를 잡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한때 4.92리라까지 급락했던 달러/리라 환율은 다시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리라화 가치는 반등하지 못한채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리라 환율 역시 220원대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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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터키의 상황을 아르헨티나와 같은 외환 위기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높은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 부채 등 아르헨티나와와 터키는 닮은 꼴"이라며 "터키는 외환위기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 위채 대비 낮은 외환보유고가 터키의 외환위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작년 9월말 기준 터키의 단기 외채는 1087억달러로 외환보유고 915억달러의 118% 수준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터키는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 외채가 많다"며 "터키의 아킬레스건이 외환보유고"라고 말했다.
◇"손절한다면 국채 먼저"
국제금융협회(IIF)는 리라화가 10% 가량 고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향후 터키 리라화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터키 리라화 자산에 투자했을 경우 손절 매도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터키 투자에 나선 건 채권을 통해서다. 작년말부터 신한금융투자는 터키 국채를, NH투자증권은 유럽투자은행(Eropean Investment Bank)이 리라화로 발행한 채권을 주로 판매(중개)했다. 금액은 많지 않다. NH투자증권이 100억원 가량, 신한금융투자는 10억원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판매 당시 수익률은 세후 10%대에 달했지만 이미 환율로 인해 20%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손절을 하겠다고 판단될 경우 우선 대상으로 터키 국채를 지목하고 있다. 터키 국채의 경우 환손실에 더해 디폴트 리스크까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투자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리라화 표시임에도 불구하고 발행자의 디폴트 리스크는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채나 유럽투자은행 발행 채권 모두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추가 환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유럽투자은행은 디폴트 리스크가 낮은 편"이라며 "손절을 한다면 국채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현 SC은행 차장은 "통화가 약세가 되면 경제에 부정적이더라고 금리를 인상하고 자본유출을 막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면서 "하지만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너무 적극적으로(금리인상에 소극적인 방향으로) 개입하고 있어 국제 신평사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결국 글로벌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주지 않으면 롤오버도 힘들고 지속적인 통화 약세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대통령 리스크와 경상적자, 높은 외채 등 대외건전성 악화 등으로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경기 개선 흐름 유지와 강달러 제한으로 진정 기대되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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