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타진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원화채권 시장에서 기대할 수 없는 수요를 채우고자 하는 목적은 비슷하다.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이 한국물 시장을 찾는다. 신종자본증권은 보험사 지급여력(RBC) 비율 계산에서 위험계수가 12%로 적용되는데 이는 주식과 동일한 수준이다. 채권 시장의 큰 손인 보험사로부터 주문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물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보험사의 우량한 크레딧을 선호하는 한국물 투자자도 많다.
두산중공업·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한계 기업들에게도 글로벌 채권 시장은 좋은 피난처다. 국내 채권 투자자들은 BBB급 기업의 영구채를 사려 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물 투자자들은 크레딧에 맞는 적정 금리를 발행사가 제시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지난해 발행된 대한항공 신종자본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리 수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보험사는 4~5%, 대한항공은 6%대에서 발행 금리를 결정할 수 있었다. 원화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원화채권 금리가 서서히 오르는 추세다. 미국 금리는 그야말로 급변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10T)는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가 넘을 만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위기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KDB생명은 2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7.5%로 금리를 결정했다. 투기등급(정크본드)으로 발행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대한항공과 비교했을 때 책정된 금리 자체가 매우 높다. 주문도 4억 달러에 불과해 호황이 이미 저물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물 발행사와 투자자는 금리에 예민하기로 유명하다. 타이트한 금리 결정으로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은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2008년 이후 초저금리가 대세가 되면서 한국물 발행사들의 목표 금리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이전과 같이 금리에 목을 매는 행태를 보인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사고가 한국물 신종자본증권 발행사에게도 투자자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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