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생이별 로보스타, LG전자로 '금의환향' 1998년 구조조정 과정서 분리…20년뒤 모회사 품으로
김일문 기자/ 서은내 기자공개 2018-05-31 08:05:52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0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 인수 비하인드 스토리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가슴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20년이 지난 뒤 탄탄한 회사로 되돌아 와 다시 LG그룹에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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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부터다.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LG산전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 매각을 단행했다.
LG산전은 승강기 제조 국내 합작법인이었던 LG오티스 지분을 합작 주체였던 미국의 승강기 회사 오티스에 매각했고, 자판기 사업과 전동공구 생산 사업도 모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로봇사업부도 1999년 LG산전에서 분리됐다.
당시 로봇사업부의 좌장이었던 김정호 현 로보스타 회장(사진)을 주축으로 같은 사업부에 몸담았던 직원들 상당수가 함께 MBO(Management Buy-Out: 임직원 인수)방식으로 독립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로보스타의 임직원 현황을 살펴보면 당시 상황이 유추된다. 강귀덕 사장은 LG산전 로봇사업부에서 설계 업무를 맡았던 엔지니어고, 미래전략본부장인 주현석 전무와 신우철 상무(연구소장), 이범호 상무(경영지원실장) 역시 LG산전 로봇사업부에 몸담았다. 회사 경영과 R&D(연구개발) 총괄 등 요직에 배치된 인물들 모두 LG산전 로봇사업부 출신인 셈이다.
로보스타는 LG로부터 독립해 나온 후 국내 산업용 로봇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처음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68억원) 대비 50% 이상 신장된 105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LG그룹 입장에서는 과거 힘들었던 시기에 구조조정 차원에서 떠나보냈던 로봇사업이 우량한 강소기업이 돼 그룹 안으로 재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국내 로봇 시장은 아직까지 수익성이 가시화되지 못해 소규모 업체들이 사업화 전단계인 개발 단계에서 머물러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로보스타는 사업화에 성공해 탄탄한 구조를 갖춘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라고 전했다.
로보스타의 주력 사업 분야인 산업용 로봇은 전기 전자산업체의 다양한 제조현장에서 제품 생산, 출하 등 전 공정 자동화 작업을 수행한다. 자동차, LCD,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역할을 하는 이송, 적재에 활용된다. 실제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에 로봇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산업 전반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생산성 효율화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에선 LG전자의 로보스타 투자가 제조공장 자동화 도입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 보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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