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18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속되는 벤처캐피탈들의 증시 상장 시도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여러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업계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국내 벤처캐피탈의 선진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들은 어림잡아 약 8~9곳. 현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상장 대열에 합류할 벤처캐피탈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장한 곳들까지 고려하면 머지않아 약 20개 이상의 상장 벤처캐피탈이 탄생할 전망이다.
업체들의 상장 추진 목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벤처조합 대형화'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공모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수천억원 규모 대형 벤처조합을 결성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치열해지는 벤처투자 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상장을 통해 기본 체력을 길러놔야 한다는 논리다.
우려되는 점은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의 필연적인 문제인 출자자(LP)와 주주 간 이해 상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이러한 상장 바람이 현 체제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의 경우 일반 법인과 다르게 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주체인 LP와 주주가 동시에 존재한다. LP는 펀드에 자금을 대는 역할을, 주주는 말 그대로 법인의 주인을 맡고 있다. LP는 펀드 운용 성과에 집중하고, 주주는 법인의 재무제표에 민감하다.
LP들은 보통 펀드 운용을 통한 과실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펀드 출자에 참여하지 않은 주체와 펀드 운용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펀드가 자기 것인 양 투자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주주들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비상장일 경우 소수의 주주와 LP를 설득해 이익 분배에 대해 적절한 합의를 끌어내기 수월하다. 하지만 수만, 수십만명의 주주들이 존재하는 공개시장에 입성한 이후에는 이러한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LP와 주주 간 이해 상충은 업계의 선진화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해외 유수의 LP들이 국내 벤처펀드에 출자를 꺼리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결단이 필요하다. 상장을 결정한 이상 앞으로는 외부 LP를 모집하지 않고 자체 자금만으로 펀드를 결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상장 이후부터는 펀드 결성 과정에서 운용사 출자분을 늘려나감으로써 주주와 LP를 단일화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는 최근 운용자산 20조원을 넘어서며 금융산업의 독립적인 한 축으로 성장했다.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도 업계의 양적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업계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점들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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