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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 자본유치, 인적분할 택한 이유는 11번가 투자 집중…증손 이슈 탓 물적분할 불가

김일문 기자공개 2018-06-20 07:59:09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9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플래닛이 외부 자본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적분할을 택한 이유는 뭘까. 물적분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커머스 사업인 11번가에 투자를 집중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관측된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이번 자본확충 거래를 통해 SK플래닛에 유입될 돈이 오롯이 11번가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거래를 진행했다. OK캐시백이나 시럽월렛 등과 같은 다른 플랫폼 사업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걸 경계했다.

OK캐시백과 시럽 등은 SK플래닛이 오랜 기간 역량을 쏟아부었던 서비스였지만 실질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은 아니었다. FI 입장에서는 SK플래닛 자본 확충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이 비(非)11번가 사업에 쓰이는 걸 막는 한편 11번가에만 집중되길 희망했고, 결과적으로 회사 분할로 귀결됐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거래 구조는 SK플래닛의 단순 자본확충이었으나 회사 분할을 통한 11번가 투자 유치로 선회하면서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는 FI가 많았다"며 "11번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방증이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왜 분할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소요시간도 짧은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택했을까. 물적분할시 지주사 규제 위반 이슈 등 다양한 문제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지배구조는 지주사 SK㈜를 정점으로 SK텔레콤(자회사)과 그 아래 SK플래닛(손자회사)으로 이어진다. 만약 SK플래닛이 물적분할을 통해 11번가를 100% 자회사로 분리하면 증손이슈가 발생한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발행주식총수(지분 100%)를 보유하는 경우는 예외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SK플래닛이 11번가를 물적분할 시켜 소수지분을 FI에 매각하는 거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SK텔레콤 밑에 11번가를 남겨두고 SK플래닛을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 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FI들이 이를 용인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 플랫폼 사업의 실적 악화는 모회사인 11번가의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11번가의 가치를 끌어올려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FI 입장에서는 SK플래닛을 자회사로 둘 경우 자칫 실적 악화가 전이될 수 있고, 원활한 엑시트가 어려울 수 있다. 종합하면 FI들이 희망한 11번가와 비(非)11번가 사업의 완전한 절연이 인적분할로 이어졌다.

새거
11번가 투자 유치 구조(왼쪽)와 물적분할시 예상도(오른쪽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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