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06일 09: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런 시(詩)가 있다.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 김승희, 《새벽밥》 -
사람은 누구나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통제 가능한 영역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경우 선택지는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둘 다 하거나, 둘 다 하지 않는 것이 답인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평소 자녀와 사이가 좋지 않던 A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처분과 관련해 근심이 깊다. A씨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소재의 상가를 자녀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지 않고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을 고려 중 이다. A씨는 본인의 직접적인 자녀(아버지)가 생존해 있음에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직접 증여가 가능할까? 또 손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월 임대료를 받을 권리만 손자에게 증여하고자 한다면 증여세 신고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일반적으로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자산을 증여한 뒤 아버지가 손자에게 다시 증여를 하는 경우 각각의 거래에 증여세가 과세된다. 할아버지가 세대를 건너 뛰어 손자에게 바로 증여를 하면 해당 거래 한번에만 증여세가 과세되나 할증과세에 유의해야 한다. 즉, 증여세산출세액에 100분의 3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해 증여세액을 산정해야하는 것이다. 미성년자인 손자에게 증여하는 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산출세액의 100분의 4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한다. 낮지 않은 비율로 할증과세가 되지만 증여세를 두 번 납부하는 경우에 비하면 절세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수증자 입장에서 취득세가 1회만 과세된다는 점 또한 의사결정 시 중요하게 고려해볼 요소이다.
또 증여자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손자가 직접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증여한 자산만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보통 직접 상속인에게 상속개시 전에 증여한 자산은 10년 간 소급해 상속재산에 가산된다. 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직접 증여한 경우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세금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만약 5년 내에 할아버지가 사망하게 되면 사망 당시의 시가가 아닌 증여 당시의 가액으로 합산된다. 시가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할아버지가 세대를 건너 뛰어 손자에게 바로 사전 증여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질의로 넘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월 임대료를 받을 권리만 손자에게 증여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만약 할아버지가 월 임대료를 받아 손자에게 지급한다면 원칙적으로는 매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다.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손자가 금전을 인출하거나 해당 재원을 가지고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경우 (일정금액 초과 시) 자금출처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정해진 기간동안 일정한 정기금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62조에 의한 [정기금을 받을 권리의 평가]를 이용한다. 수년간에 걸쳐서 받을 정기금액의 평가액을 최초 입금일을 기준으로 한 번에 신고하는 것이 절세 측면과 효율성면에서 타당하다. 해당 조항에 의하면 유기정기금을 받을 권리는 각 연도에 받을 정기금액을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이자율로 나누어 1년분 정기금액의 20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받는 월세액은 500만원이며 이를 손자가 고등학교를 다닌 동안 3년간 매월 지급하고자 한다면 평가액은 다음과 같다. (현재 보험회사의 평균공시이율 등을 감안하여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이자율은 3.0%이다.)
△1년 간 받을 정기금액 : 60,000,000
△2년 간 받을 정기금액 : 60,000,000 / (1 + 3.0%) = 58,252,427원
△3년 간 받을 정기금액 : 60,000,000 / (1 + 3.0%)² = 56,555,754원
△총 증여재산가액 : 174,808,181원
사례와 같이 정기금 받을권리를 평가해 미리 신고하는 경우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실제로 손자가 받게 되는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증여세 신고를 마칠 수 있으며 매 월 신고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박주남 로앤택스 파트너스(Law&Tax Partners) 대표
前 하나은행 PB센터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컨설팅
現 주식회사 달꿈 공동 창업자
現 세무법인 택스케어 국제조세 파트너
現 로앤택스 파트너스(Law&Tax Partners) 대표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