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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 지주사 제외신청서 제출 '순환출자 해소 + 내부거래 공시' 부담감 커…지주전환 신청 계획 1년만에 '철회'

박상희 기자공개 2018-07-18 07:56:46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6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지주회사 전환 신청서를 제출한지 1년여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사 제외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이 개정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순환출자 해소 부담감이 지주사 전환 포기를 이끈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사조그룹에 따르면 사조시스템즈는 4월 공정거래위에 지주회사 제외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던 사조시스템즈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더 이상 지주사 전환 신고 대상이 아니라면서 제외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사조시스템즈는 지배구조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지주사 전환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사조그룹이 지주사 전환 계획을 번복한 것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요건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지주회사의 요건)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준일 현재 대차대조표 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해당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당초 지주사 요건은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회사'였는데 개정을 통해 자산총액 성립요건이 지난해 7월1일 자로 변경된 것이다.

사조시스템즈는 2016년말 기준 자산총액이 약 1541억원이고, 보유 자회사 지분의 장부가액이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하는 등 지주회사요건 변경 전 성립요건을 충족했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전환대상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3개월 만에 해당 법률이 변경된 것이다.

다만 자산총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10년간 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2027년까지만 총자산을 5000억원 이상으로 늘리면 지주사 전환이 가능했다. 사조그룹은 자산총액 요건을 유예하는 대신 지주사 전환 포기를 선택했다.

지주사로 전환할 시 해소해야 하는 순환출자 구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사조시스템즈와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계열사와 상호·순환출자로 얽혀 있다. 사조시스템즈에서 사조산업 그리고 이외의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면 순환출자 해소 부담을 덜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2018년 1분기 기준 사조그룹은 자산총액 약 3조 3300억원으로 2018년 공정거래위에서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자산총액 5조원을 상회하는 그룹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공정위가 지정하는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지주사로 전환되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등 내부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 이후 지배구조가 수직계열화되면 이전 지배구조 하에서 종속회사에서 제외됐던 곳들이 포함되면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모든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조그룹이 수직구조화된 사업구조를 구축했고, 이로 인해 일부 계열회사 간 사업에서 매출·매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지주회사 요건 변경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적용됐지만 법 개정은 2016년 9월 30일 이뤄졌다. 사조그룹이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3개월 뒤 개정된 법률이 시행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이 지난해 3월 지주사 신청서를 공정위에 제출한 것은 진짜 지주사 전환 의지가 있었다기보다는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총자산 요건이 유예될 수 있는데도 지주사 전환 신청을 철회한 것이 그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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