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20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시중은행 펀드 담당자를 만났다. 이 담당자는 요즘 사내에서 눈치가 이만저만 보이는 게 아니라고 했다. 상반기 국내외 증시가 하락하면서 펀드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펀드를 파는 것도 어려웠지만 신탁부가 올들어 탁월한 실적을 올리고 있어 비교 대상이 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시중은행은 요즘 상반기 실적 결산으로 분주하다. 각종 금융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팀들은 지난 6개월 간의 성과를 토대로 올해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를 가늠한다. 임직원의 역량 또는 시장 변수 덕분에 상반기 목표치를 훌쩍 넘긴 팀은 부러움의 눈길을 사고, 부진한 팀은 하반기 만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 받는다.
이때 불편한 관계가 연출되는 게 펀드 판매를 담당하는 WM그룹과 신탁을 파는 연금신탁그룹이다. 리테일 세일즈의 양대 축인 두 그룹이 경쟁 관계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분기 또는 반기 마다 본인이 속한 그룹의 실적 달성 여부와 함께 타그룹에 비해 얼마나 선전했는지를 신경 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연말연초 두 부문 임원들의 승진 가능성을 따질 때도 상대 그룹과의 성과 비교가 빠지지 않는다.
올해 주가연계신탁(ELT) 판매가 급증하면서 두 그룹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ELT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해 판매하는 신탁이다. ELS 발행액은 올 상반기 48조 1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신탁을 통한 판매 비중은 점차 늘어 60%에 육박하고 있다. 변동성 확대로 쿠폰금리가 오르고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ELT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ELT 판매에 드라이브를 건 연금신탁그룹은 기대치를 웃돈 실적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반면 WM그룹은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데다 상반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대거 출현하면서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ELT 판매에 탄력이 붙어 사실상 같은 상품인 주가연계펀드(ELF) 판매에 힘을 싣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WM그룹 입장에서는 연금신탁그룹의 약진이 신경쓰일 법한 상황이다.
문제는 일선 영업점의 금융상품 판매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데 있다. 각 그룹이 특정 금융상품 판매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금은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할 때'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하지만 펀드든 신탁이든 팔아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할 영업점 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펀드와 신탁의 불편한 동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은행이 신탁업을 겸영할 경우 은행법에 따른 업무와 신탁업 간의 임원 겸직은 금지돼 있다. 임직원 간 정보교류도 제한돼 있어 상품 판매전략은 물론 시장 전망을 공유하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협업이 어렵다면 두 그룹 간 경쟁이 과열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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