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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익재단]정권 코드 따라가는 이사회 구성[미래에셋박현주재단]공익사업은 우수…효율성·투명성 합격점

조세훈 기자공개 2018-07-27 10:45:2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5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려가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 실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간직한 신념이다. 이런 신념 덕에 신생회사로서는 드물게 공익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미래에셋캐피탈 설립 3년째 되던 2000년의 일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박현주 회장이 30억원, 조복래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와 김대송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각각 30억원, 10억원을 기부해 설립됐다.

눈여겨볼 점은 재단 이사회에 박 회장 본인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편법 승계 등의 목적 없이 순수하게 공익재단을 운영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외부 이사장 아래 지난 19년간 교육·사회복지·자원봉사에 전념해왔다. 그러나 이사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외부에서 영입한 이사장이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로 채워져 왔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 규모

◇정권 따라 움직이는 이사회 구성…명망가 이사장 '눈길'

초대 이사회 이사장은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변 교수는 DJ정부와 참여정부의 분배론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다. 변 교수의 영향을 받은 학자들이나 제자들은 변 교수의 호를 빌려 '학현학파'로 불렸다. 학현학파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DJ정부시절엔 김태동 경제수석을 시작으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태동 전 금융통화위원 등이 정부에 참여했다. 첫 이사회 구성원인 윤원배 전 금융감독원 부위원장도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참여정부시절에도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등 학현학파 출신들이 정권에 합류했다.

이처럼 당시 금융권을 비롯해 경제 정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던 변 교수가 재단 이사장으로 합류한 것 자체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김승유 전 하나지주회장과 당시 참여연대 사무총장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각각 이사와 감사로 참여했다. 또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과 장용성 전 매일경제 주필 등도 이사진 구성원이다. 대체적으로 진보적 명망가들이 다수 참여한 게 1기 이사회의 특징이다.

반면 2기 이사진은 보수적 색채가 짙어졌다. 2012년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이 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전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대 동문으로 보수적 성향이 뚜렷한 학자다. MB 시절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동안 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하다 올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취임한 3대 이사장은 정운찬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MB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지만, 진보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18대 대선 때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동반성장위원장을 역임하며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했고 현 정부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다. 경제 정책만 보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맥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정권이 진보-보수-진보로 교체되는 시기와 맞물려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를 이사장으로 교체하는 특징을 보였다. 일각에서 정권에 따라 움직이는 이사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부에서 추천받는 이사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이사 2명을 외부에서 추천받는다. 2012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외부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에 따르면 법인은 이사 정수의 3분의 1(소수점 이하는 버린다) 이상을 시·도사회보장위원회 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외부기관이 추천한 사람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영등포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추천을 받는다.

유희주 전 홍콩상하이은행(HSBC) 본부장과 이상용 전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가 그렇게 추천된 이사다. 이중 유 이사는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서울지점 본부장과 HSBC 서울지점 본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금융계 경력만 30년이다. 때문에 통상 복지 전문가가 추천되는 외부추천 이사 자리에 유 이사가 적합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 관계자는 "금융권 외 사회공헌 경험이 없으나 2008년 은퇴 후 전공과 연관하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자하는 뜻을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임 이후 이사회에 불참없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영등포구 관계자 역시 "유 이사가 추천된 2013년은 법 시행 초기다보니 인력 풀(Pool)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시 회의록에는 유 이사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사회복지자격증이 있으며 금융권 경력이 공익재단 이사 수행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사회복지전문가로 인정된 인사만 외부추천 이사로 추천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재단 운영은 우수…박현주 매년 배당금 기부

이사회의 정치적 연관성과는 무관하게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의 공익법인 운영 성과는 우수했다. 재단은 사회복지시설운영에 대한 지원,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장학사업 및 생활 지원,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아동지원, 장애인 재활시설지원 및 장애인 지원을 주된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미래세대 인재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 인재육성 프로그램 누적 참가자만 22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공익재단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은 우수했다. 실제 순자산 공익목적사업 사용비율은 24.26%에 달한다. 전체 자산에서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는 비율이 1/4이라는 얘기다. 공익목적 수입 증가율도 16.44%로 가이드스타가 제시한 5% 이상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공익목적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엔 매년 50억 이상 받고 있는 기부금이 큰 몫을 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이 받은 기부금 규모는 2014년 58억8600만원, 2015년 56억1200만원, 2016년 55억7000만원, 2017년 64억8700만원이다. 특히 박현주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의 배당금을 2010년부터 매년 기부했다. 그 기간 동안 총 기부액은 139억에 달한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모두 재단의 기본재산으로 전입했다. 덕분에 재단의 기본재산은 점점 불어나 현재는 208억원이다. 이 재산을 바탕으로 이자, 배당 수익 등을 얻어 재단 수익의 안정성을 꾀한다는 게 재단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이자, 배당 수익으로 4억1800만원을 얻었다. 다만 기본재산으로 편입되면 처분 등이 까다로워져 공익목적사업 비용으로 쓰기 어려워진다.

또 운용소득의 적정금액 공익목적 사용금액[(운용수익×70%)-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도 0보다 작아 수익 대비 더 많은 금액을 공익목적 사업비로 충실히 쓰고 있다. 출연금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비용 비율(목적사업비/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은 92.8%로 우수했다. 공익사업 프로그램 비용 증가율도 10.12%로 가이드스타가 제시한 8% 이상보다 높았다.

정보공개 등 투명성도 우수했다. 2013년부터 회의록과 사업계획안 등을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재단 정관도 요청할 경우 공개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이사회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이사회 현황.(홈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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