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08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라그룹에 2018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만도(Mando)의 경영권을 되찾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만도로서도 2018년은 특별하다. 현대기아차 의존 구조에서 본격적으로 탈피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중에서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매출액 기준 글로벌 톱 50에 들어가는 곳은 현대모비스(7위) 현대위아(38위) 만도(46위) 한온시스템(48위) 등 네 곳이다. 글로벌 톱 100으로 범위를 넓혀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글로벌 차량 부품회사가 없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것은 현대기아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는 매출의 3분의2 이상이 현대기아차를 통해 발생한다. 한온시스템도 매출의 절반 정도가 현대기아차를 통해 발생하고 나머지 20% 정도가 포드 물량이다. 만도 역시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만도는 제너럴모터스(GM)나 중국 현지업체를 통해서도 각각 20% 가까운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만도의 지역별 매출과 순이익을 보면 더 놀랍다. 매출 규모만 보면 한국에서의 매출이 절대적이지만, 순익을 보면 이미 2013년부터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사드(THAAD) 역풍이 불었던 지난해 한국에서는 수 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중국에서는 수 백억원의 흑자가 났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에서의 매출 가운데 현지업체를 통한 매출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만도는 일찌감치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2011년 중국 길리기차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길리기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했다. 2014년에는 길리기차와 10년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2014년에는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장성기차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인 바이튼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키로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 부품을 공급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만도의 글로벌 순위는 73위에 불과했다. 고객 구성도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뚜렷한 매출처가 없었다. 그때부터 만도는 현대기아차 의존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고 중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벗어나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태계를 생각하면 만도의 도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5월 지배구조 개편방안 발표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모비스를 단순 부품회사를 넘어서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보쉬에 비견될 만큼 키우겠다"고 했다. 독일의 차량 부품업체인 보쉬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전장부품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 조향 시스템, 배터리 기술 등을 공급한다. 현대기아차에 종속돼 있는 현대모비스가 과연 '한국의 보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만도 같은 부품업체가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현대차의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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