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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지 외길' 한국제지, 해외시장서 활로 모색 [제지업 생존전략]①내수포화·원가부담에 이익률 1%대…美·中 거점, 성장동력 '안갯속'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06 10:35:00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3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0여년간 백상지 제조업에 주력해온 한국제지가 성장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해외지역 공략에 나섰다. 인쇄산업 위축 등으로 공급 포화상태인 내수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특수지 수출 판로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펄프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늘고 있어 한국제지의 다변화 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진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제지는 1958년 2월 한국특수제지공업으로 출범했다. 1960년 4월 경기도 안양에 장망식 초지 공장을 신설해 백상지 생산에 돌입했다. 백상지는 표면이 코팅되지 않은 종이로 대부분 책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대형 출판사, 인쇄소 등이 주요 판매처다. 한국제지는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1962년 8월 국내 최초로 백상지를 홍콩에 수출했다. 1967년 6월에는 안양공장에 코터(coater)를 구축해 아트지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1990년대 들어 한국제지는 사업다각화를 모색했다. 1993년 식품용 포장용기(카톤팩) 제조업체인 한국팩키지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1998년에는 안양공장을 폐쇄하고 울산시에 설립한 온산공장으로 생산거점을 일원화했다. 장망식에 이은 쌍망식 초지기를 온산공장에 신설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이후 한국제지는 온산공장의 설비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백상지 생산량 증대 일환으로 2001년과 2005년에 초지 3·4호기를 각각 증설해 연 60만톤 체제를 구축했다. 덕분에 한국제지의 인쇄용지 시장 점유율은 2007년 기준 15.7%(2위)까지 상승했다. 업계 1위인 한솔제지(15.8%)와의 격차는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점유율 확보에 힘입어 매출액도 2005년 3700억원에서 2006~2007년 4000억~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한국제지의 영업이익은 외형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2005년까지만 해도 2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적자전환했다. 2007년까지 누적된 적자는 100억원이 넘었다. 주요 원재료인 펄프 판매가격이 상승한 데다 태국(더블에이), 인도네시아(에이프릴) 등에서 들어온 수입산 백상지가 증가하면서 가격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판매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 온산공장의 가동률은 50%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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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지는 백상지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그 일환으로 2013년 2월 국일제지 장가항법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03년 1월 설립된 장가항법인은 강소성에서 강판간지, 이형원지 등의 특수지를 연 9만톤가량 제조하는 업체다. 2010년대 초반 3만톤이었던 장가항법인의 판매량은 2014년 7만톤을 넘어섰다.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15년 8월 한국제지는 미주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리스에 판매법인(HANKUK PAPER USA)을 설립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벽지, 지류 도매업 등을 영위하는 HK특수지상사를 인수해 외형 확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한국제지의 실적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2013년 7000억원대를 돌파했던 매출액은 이후 6000억원 중반대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은 2009년 800억원까지 증가했으나 2013~2017년 수십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010년대 들어 연평균 1%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올해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제지는 지난 상반기 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펄프가격이 연초대비 9%가량 상승한 탓에 영업이익이 2007년 이후 11년만에 적자전환했다. 원가부담이 커짐에 따라 백상지 판매가격을 약 6%가량 인상했지만 실적 반등을 꾀하긴 역부족이었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특수지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및 해외시장 진출 확대 등으로 활로를 모색했다"며 "하지만 중국의 환경정책 변화 및 수급 불균형 등으로 펄프가격이 최고 수준으로 폭등해 수익구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한국제지는 경쟁업체 가운데 여전히 포트폴리오가 백상지에 치우쳐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 특수지 판매 확대 등의 전략이 수익 개선으로 직결될 때까진 수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제지는 부진 탈출을 위해 해외시장 공략과 더불어 잡지·명함에 사용되는 러프글로스지, 식품·화장품 포장 케이스 등을 제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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