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 "국내기업 글로벌 진출 디딤돌 되겠다" 30억달러 모멘티브 M&A 주도…글로벌 PE 발돋움 포부
김일문 기자공개 2018-10-04 11:01:12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2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잠잠했던 하반기 M&A 시장에 최근 굵직한 아웃바운드 딜 하나가 성사됐다. 바로 미국의 특수소재 생산업체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이하 모멘티브)가 그 주인공이다. 30억달러가 넘는 거래 규모도 상당했지만,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재무적투자자(FI)가 삼각편대로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극적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시장의 이목을 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특히 이번 딜의 중심에 SJL파트너스 임석정 회장(사진)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 회장의 존재감이 새삼 재부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임석정 회장이 이끈 한국 연합군이 쟁쟁한 현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모멘티브 M&A에서 승리했던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임석정 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용한 원익 회장의 아이디어…"우리가 해보자" 의기투합
빅딜을 마친 피로감 때문이었을까. 임 회장의 안색은 다소 수척해 보였다. "그 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모멘티브 인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 못다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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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멘티브 딜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원익그룹의 이용한 회장이었다. 원익그룹은 계열사 원익큐엔씨를 통해 반도체 및 LCD 공정에 필요한 핵심소재인 쿼츠와 세라믹을 제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모멘티브가 영위하는 쿼츠와 세라믹 사업부 인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모멘티브가 전체 매출에 10% 남짓인 비핵심 사업부만 따로 떼어내 원익그룹에 쪼개 팔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이 회장은 이러한 고민을 지인이었던 임석정 회장에게 털어놓았고, SJL파트너스 주도로 모멘티브 M&A가 출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매각이 추진됐다 정치 외교적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매물이라는 점도 SJL파트너스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작년 아폴로그룹은 모멘티브를 중국업체에 매각하려 했으나 외교분쟁으로 미국과 중국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임 회장은 "모멘티브 M&A는 작년 거의 클로징이 임박했었으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 이슈로 결렬됐었다"며 "모멘티브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독일업체 네 곳에 불과한데, 정치적 문제로 중국업체와의 협상이 틀어지면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의회는 외국인 투자 규정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첨단 기술을 노리는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모멘티브 인수 실패도 이같은 이유가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핸디캡 불구 딜 종결력 파고들어…30억불 빅딜 성사
임석정 회장은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거래 종결성(Certainty)에 방점을 찍는 한편 SJL파트너스가 글로벌 사모펀드를 지향하는 운용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SJL의 파운더이자 키맨인 임석정 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의 한국대표로서 최고의 글로벌 M&A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키맨인 태효섭 부대표와 박기찬 부대표도 CVC캐피탈과 JP모간에서 풍부한 사모투자와 M&A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란 점을 어필했다. 글로벌 톱티어 사모펀드인 아폴로매니지먼트의 거래 상대방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할만한 상대란 인식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임 회장은 "외국 기업으로의 피인수라는 거부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를 지향하는 SJL파트너스가 모든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폴로그룹에 어필했다"며 "현 이사진의 경영 기조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충실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SJL파트너스의 보유 지분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뒤 KCC와 원익의 컨소시엄을 사실을 아폴로그룹측에 알렸다"고 덧붙였다.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SJL파트너스가 모멘티브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심지어 원매자 한 곳은 SJL파트너스의 협상 가격 보다 높은 수준의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향후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동 인수자인 KCC그룹과 원익그룹의 시너지를 통해 모멘티브의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데 노력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공동 인수 시도, 외국인 투자규정 강화 분위기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출발했지만 아폴로그룹이 딜 확실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며 "실리콘(KCC)과 쿼츠(원익) 분야에서 한국 메이저 회사가 가세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아폴로그룹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생존 위한 해외 확장에 일조 하고파"
모멘티브 인수는 임석정 회장이 평소 꿈꿔왔던 한국형 사모투자펀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임 회장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딜이다. 임 회장은 과거 JP모간 한국 대표 시절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확장에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를 설립해 직접 도전해 보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실제로 그는 JP모간에 몸담았던 2014년 K-GOF(Korea Global Opportunity Fund)라는 이름의 운용사 설립을 시도했다. 임 회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내지는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펀드를 JP모간그룹 내에서 만들려 했다"며 "당시 7억달러의 출자금이 모일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내부적인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회장의 이러한 꿈은 그의 다음 직장이었던 CVC캐피탈에서도 이어졌지만 역시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수익률을 비롯한 여러가지 고려 사항이 본사의 투자 방침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은 탓에 여러 건의 투자가 검토 단계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모멘티브 인수를 계기로 향후 비슷한 유형의 투자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 임 회장의 복안이다. 그 기저에는 한계에 달한 국내 제조업의 위기감이 깔려있다. 그는 "이미 7년전부터 한국의 제조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다"며 "결국 국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해외로 나가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아웃바운드 투자 전문 운용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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