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 불똥 튀나…신용도 여파는 [삼바 제재 후폭풍]AA+ 평정 근거, 그룹 최상위 계열사…제일모직 합병 논란 재점화
양정우 기자공개 2018-11-20 14:01:16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결론이 삼성물산의 합병 적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특별 감리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밟으면 신용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는 등급 평정의 핵심 근거로 삼성물산이 최상위 지배회사라는 점을 꼽고 있다.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위법성이 부각되면 삼성물산의 지배구조상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국내 신용평가사는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으로 'AA+(안정적)'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초우량 신용도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가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지분율 17.2%)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19.3%)을 토대로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8.75%)하는 동시에 직접 전자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최상위 계열이라는 입지가 원리금 상환의 확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에 따른 후폭풍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 고의적으로 4조5000억원 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제 '삼바 논란'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위법성으로 번질 기세다. 삼성물산을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한 합병안이 다음 타깃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 구조를 구축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대주주(지분율 23.2%)였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46%)로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부풀려져 이 부회장 쪽으로 합병비율이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만일 과거 합병이 위법하다는 결론으로 치달으면 삼성물산의 신용등급도 재평정이 불가피하다. 그룹 지배구조상 역할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되면 신용도의 핵심 근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아직 가변적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는 적어도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 구조가 공고하다는 전제 아래 삼성물산의 등급을 책정했었다.
사실 삼성물산의 자체 사업만으로는 현재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게 신평업계의 중론이다. 삼성물산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상사, 패션, 리조트, 급식 등)를 갖추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건설 부문이 주축이다. 지난해 매출액의 40.9%, 영업이익의 56.9%를 건설 사업에서 거뒀다. 건설 섹터의 경기 변동성을 감안할 때 최고 수준의 등급을 주기가 쉽지 않다. 현대건설(AA-)을 제외한 대다수의 건설사가 A급 신용도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아직 금융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 여부를 추후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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