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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아문디운용, '공동→단독' 대표 체제로…주도권 쥔 농협금융 [지배구조 분석] ①2015년 주주사 관계 변화…의결권 지분율은 '6:4' 유지

이효범 기자공개 2018-12-05 10:22:56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기자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국내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대형화·겸업화 추세가 이어진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들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채비가 한창이었다.

농협중앙회는 선진금융을 도입한다는 취지 아래 태생이 비슷한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CA)그룹과의 협력에 나섰다. 당시 양사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가 농협-CA투자신탁운용(현 NH-아문디자산운용)을 설립이었다. 선진 운용방식을 도입한다는 취지 아래 6대4의 비율로 자본금을 공동출자했다.

그러다 2015년을 전후해 임종룡 농협금융 전 회장이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 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농협금융이 추가로 투자를 실시한 동시에 협의를 통해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경영 주도권을 쥐면서 합작사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03년 농협·CA 합작사 설립…제휴관계 강화

농협중앙회는 2003년 1월 농협-CA투자신탁운용을 설립했다. 그해 3월에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신탁운용업 인가를 받고 4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금융기관인 크레디아그리콜의 운용업 계열사였던 크레디아그리콜에셋매니지먼트(CAAM)와 공동 출자해 운용사를 설립했다. 당시 농협-CA투자신탁운용의 발행주식수는 600만주로 농협중앙회 360만주(60%), CAAM이 240만주(40%)의 비율로 나눠 가졌다. 총 300억원의 자본금을 180억원과 120억원 씩 각각 출자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2000년 대 초반 농협중앙회와 크레디아그리콜이 맺었던 제휴 방안 중 하나가 공동출자한 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이었다"며 "농협중앙회는 국내에서 판매채널을 제공하고, CAAM 측은 선진 자산운용사로서 운용기법과 전략, 리스크 관리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들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농협 CA 투자신탁운용 설립시 지분율 현황

농협-CA투자신탁운용은 출범 이후 순탄한 길을 걸었다. 영업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난 2004년 3월 말 기준 운용자산 5조2091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영업수익은 84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 순이익 12억 원을 달성하며 첫 해부터 흑자를 달성했다.

농협중앙회와 크레디아그리콜그룹은 합작 운용사 설립으로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농협-CA투자신탁운용을 설립한 2년 후인 2005년 4월 포괄적 협력관계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서 금융업 내 분야별로 진행했던 제휴 범위를 넓히고, 협력관계를 공식화했다.

크레디아그리콜그룹은 당시 프랑스 1위, 세계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초대형 금융그룹이었다. 특히 농협중앙회와 마찬가지로 협동조합 형태에서 인수합병(M&A)를 거쳐 성장했다. 1996년 엥도 스에즈은행, 2003년 크레디 리요네 등을 인수하며 인수해 프랑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중앙회는 당시 직면한 국내 농촌 인구 감소와 금융시장의 개방화 흐름이 1980년대 크레디아그리콜이 직면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봤다. 특히 제휴관계를 통해 농민에 기반한 협동조합에서 세계적 금융그룹이 된 크레디아그리콜의 선진금융기법과 성장과정을 벤치마킹,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임종룡의 운용업 강화 기조…농협금융 지원 확대

농협-CA투자신탁운용 출범 이후 한동안 크레디아그리콜 측이 경영을 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농협중앙회와 크레디아그리콜에서 각각 추천한 공동 대표이사로 체제로 운영됐다. 선진 운용업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크레디아그리콜의 입김이 컸던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농협-CA투자신탁운용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4년 4월부터 2011년 3월말까지 매 회계연도마다 영업수익이 증가했다. 증가 폭은 전년 대비 10% 아래에서 들쑥 날쑥하기도 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은 없었다. 이 가운데 2007년에는 사명을 NH-CA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속도로는 국내 다른 자산운용사와 경쟁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2년 농협중앙회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NH-CA운용도 변화를 요구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운용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임 전 농협금융 회장의 재임기간을 거치면서 운용사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NH-CA운용은 2015년 8월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단독 대표이사 체제 아래 선임됐던 인물이 한동주 전 대표였다. 당시 첫 단독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이었던 것 만큼 농협 내부인사 보다는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십수년간 이어온 크레디아그리콜과의 협력관계를 재정립하는 첫 걸음으로, 농협금융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지주는 NH-CA운용에 대한 투자도 강화했다. 2015년 35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신주로 발행한 우선주 200만주를 취득하는 형태였다. 같은해 연말 기준 자본총계는 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억원 늘어났다. 다만 신주에는 의결권이 없었기 때문에 농협금융지주와 CA 측의 의결권 지분율은 6대4로 유지됐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의 영향으로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고, 우선주 지분율도 6대4에서 7대3으로 조정했다"며 "자체적으로 운용사 육성을 한층 더 강화하자는 취지 아래 지주의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농협금융그룹 내 계열사와의 협업을 공고히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지분율 현황

운용자산도 큰폭으로 증가했다. 2014년 말 16조8236억원이었던 운용자산은 2015년 말 27조4662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을 전후해 농협금융이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던 시기였다"며 "농협금융지주가 자본을 추가로 출자하는 동시에 농협금융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상당수 자산을 맡기면서 운용자산이 2015년에만 대폭 불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NH-CA자산운용은 NH-아문디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또한번 변경한다. 앞서 합작관계였던 CAAM이 2010년 소시에떼제네랄에셋매니지먼트(SGAM)과 합병해 아문디자산운용으로 바뀌었다. 유럽 1위인 아문디자산운용의 상호를 활용해 해외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그러나 2015년 이후 운용자산 확대에 주춤하기도 했다. 다만 올 들어 박규희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최근 운용자산 증가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10월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은 34조3478억이다. 2017년말 27조1038억원에 비해 7조2440억 원 불어난 수치다.

NH-아문디자산운용 전체 운용자산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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