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개인주주 한 분이 참석했는데…"최근 만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악화된 업황 속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설명하기 위해 운을 뗐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해당 건설사 주식을 10만주 정도 갖고 있었다. 매수가와 비교했을 때 당시 가격은 대략 3분의 1토막이었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배당도 없었다. 노후자금을 투자했던 주주가 발언권을 얻어 주총장에서 질책을 쏟아냈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난감했다는 얘기다.
건설주 주가는 사실상 바닥을 기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의 충격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번지면서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행사 채무에 신용보강한 건설사들은 시행사가 도산할 경우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한다. 가뜩이나 공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부족한 판에 이같은 문제까지 발생하면 그야말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이를 대비해 비용을 절감하고 외부차입을 늘린다. 결국 부채가 늘고 재무안정성이 떨어진다.
주가에 더욱 악순환이다. 자금 유출을 줄이려면 배당을 최소화 할 수밖에 없고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인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불황 속에서 성장동력이 둔화되고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외면 받는다.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은 더욱 그렇다. 그나마 새 먹거리로 꼽히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쳐다보기도 어렵다. 조합이 선호하는 주택 브랜드가 한정적이다 보니 일감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일감을 찾아 떠나고 있지만 지방 건설 경기는 더욱 침체돼 있다.
혹자는 수십년 뒤에는 국내에 손에 꼽히는 몇개 건설사를 제외하곤 남는 건설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 마저 나온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건설 수요가 늘면서 기존 건축물에 대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경쟁력을 갖춘 곳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특히 기존 건물을 더 높게 올릴 수 있는 초고층 건축 기술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나마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먼 미래를 보고 대비에 나섰다. HL디앤아이한라는 '에피트'를, 금호건설은 '아테라'를 각각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로 론칭했다. 당장 비용을 수반하는 일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나선 셈이다. 반도건설은 해외 주택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한양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자체 개발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비건설부문 일환으로 폐기물·2차 전지를 재활용하는 환경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주주 입장으로 돌아가보자. 건설사 주가가 향후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해답은 결국 증시에 상장된 중견 건설사들이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만큼 불황기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야 내년 주총에서는 그나마 뿔난 주주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2024년이 연말로 치닫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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