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의 스타 PD, CJ에서 독립한 이유는 이재문 히든시퀀스 대표 "신선한 기획으로 트렌드 변화 주도할 것"
정강훈 기자공개 2018-12-20 10:31:55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9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드라마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사실상 공중파 밖에 없었던 유통 시장은 케이블 채널과 OTT(Over the Top) 및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단연 CJ E&M의 스튜디오드래곤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기획력과 완성도를 앞세운 웰메이드 드라마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신생 드라마 제작사 '히든시퀀스'를 이끌고 있는 이재문 대표(사진)는 드라마 '미생', '시그널'의 제작PD를 맡으며 지금의 스튜디오드래곤의 초석을 닦은 주역 중 한 명이다. 이 대표는 과거 밴드그룹 야다(YADA)에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연극영화과 졸업 후 광고대행사에서 AE로 근무하던 그는 콘텐츠 제작에 매력을 느껴 뮤지컬 '헤드윅'의 기획에 참여했다. 이후 MBC드라마넷을 거쳐 CJ E&M에 입사하며 드라마 PD로서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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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출신들이 대부분인 드라마 PD들 사이에서 남다른 경력을 갖고 있던 이 대표는 드라마 제작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미생을 제작할 당시 흥행작에 출연한 스타 배우보다는 임시완, 김대명 같은 신인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캐스팅했다. 어설픈 로맨스 내용을 담지 않고 주제에 집중한 점도 신선했다.
이 대표는 "주인공인 장그래 역할은 처음부터 임시완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임시완을 비롯해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제작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생의 흥행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미생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미생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작품인 시그널도 1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에서 웰메이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라며 "미생의 성공을 계기로 tvN이 완성도 있고 실험적인 드라마들을 과감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드라마 시장에 '히든시퀀스'의 브랜드 파워 만든다"
공중파 중심이었던 과거 드라마 시장에서는 PD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이 대표는 tvN에서 기회를 부여받아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했고 그 결과물이 미생과 시그널이었다. tvN 드라마가 전성기를 맞는데 기여한 이 대표는 스튜디오드래곤 출범 이후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 대표는 "스튜디오드래곤을 벗어나 보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자 독립을 결심했다"며 "시청자와 스튜디오·방송사 모두에게 신뢰받는 기획자 중심의 제작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히든시퀀스의 기획 능력은 트랜드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았다. 또 드라마에서 예술성을 시도할 수 있도록 창작자들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유명 작가와 스타 배우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이력의 신인 작가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는 제작사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독창적이면서도 고유한 색깔을 가진 기획력으로 '히든시퀀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투명하고 투자자 친화적인 경영…동반 성장 추구
히든시퀀스는 출범 이후 '구해줘', '복수노트'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후속작인 '구해줘2'를 제작 중이며, 국내 및 글로벌 스튜디오들과도 제작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드라마 제작의 풍토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과감하고 새로운 기획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기존에 없던 작품을 만들어 해외의 유명 드라마처럼 시즌제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히든시퀀스는 올들어 한국투자파트너스, ES인베스터 등의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벤처캐피탈들의 드라마 투자는 작품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벤처캐피탈들이 이례적으로 제작사에 직접 투자한 것은 그만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드라마 시장에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뜻에 공감해주시면서 벤처투자를 유치하게 됐다"며 "투명하고 투자자 친화적인 경영으로 투자사들과 함께 동반 성장을 일궈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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