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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쌤소나이트와 사모펀드 2차 시장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1-14 08:18:4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7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쌤소나이트(Samsonite)는 1910년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트렁크 제조사로 설립되었다. 처음부터 회사 이름이 쌤소나이트였던 것은 아니고 신앙심이 깊었던 창업자가 트렁크 한 종류를 삼손이라고 이름 붙였었다. 쌤소나이트는 1939년에 경화섬유 소재 가방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상표로 등록된 것인데 1965년에 베스트셀러가 되자 회사 이름을 아예 그것으로 바꾸었다.

쌤소나이트는 1973년에 식품가공회사 베아트리스(Beatrice Foods)에 매각되었다. 1986년까지는 독립적으로 경영되었다가 1986년에 KKR에 매각되었다. 그리고 그 후 1980년대, 1990년대에 수차례 손을 바꾸게 된다.

처음에는 KKR이 쌤소나이트를 E-II의 일부로 분리했다. E-II는 비식품사업 위주 베아트리스의 일부(약 1/8)로 구성한 회사다. 그 결과로 쌤소나이트는 복합기업 아메리칸 브랜드(American Brands)의 경영하에 놓였다. E-II는 도산절차를 거쳐 이름이 애스트럼(Astrum International)이 되었다. 애스트럼은 1993년에 아메리칸 투리스터(American Tourister)를 사들였다. 1995년에 애스트럼이 분할되면서 쌤소나이트는 독립했고 아메리컨 투리스터는 쌤소나이트의 일부로 남았다.

쌤소나이트는 2005년에 루이비통 CEO를 지낸 보톨리(Marcello Bottoli)가 매입했다가 2007년에는 CVC(CVC Capital Partners)가 17억 달러에 새 주인이 되었다. 21년 새 다섯 번째 주인을 맞은 것이다. CVC는 씨티은행의 벤처캐피탈회사로 출발해서 독립한 사모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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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소나이트는 2011년에 홍콩에서 IPO를 했다. 다음 해인 2012년에 1877년으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고가품 제작사 미국의 하트만(Hartmann)을 3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하트만은 쌤소나이트가 주인이 되기 전에는 미국 최대 주류 제조회사들 중 하나인 Brown-Forman Corporation의 손을 거쳐 2007년에 사모펀드 Clarion Capital Partners에 인수되었었다.

쌤소나이트는 2016년에 투미(Tumi)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투미는 1975년에 창업한 고가품 제조사다. 서울 롯데호텔 1층에도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투미라는 이름은 고대 잉카제국에서 신에게 제물을 바칠 때 쓰던 칼의 이름이다. 투미 창업자는 페루에 평화봉사단으로 다녀온 경력이 있다. 투미는 가방 제조사로서는 쌤소나이트를 앞서는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기도 한다. 2004년에 런던의 사모펀드 Doughty Hanson & Co.가 2억7천만 달러에 인수했다가 2012년에 IPO를 해서 지금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쌤소나이트와 투미 두 회사는 대표적인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회사'가 합쳐져 업계를 선도해 나간다는 데 의미를 큰 두었다. 투미는 75개국에서 약 20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쌤소나이트와 별로 겹치는 곳이 없어 합병이 고도의 보완효과를 가져오고 투미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제품의 종류와 가격대에서도 쌤소나이트와 상호 보완할 수 있음이 강조되었다.

쌤소나이트 사례는 한 회사에 사모펀드가 수차례 투자한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모펀드 간에 직접 거래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를 ‘2차 시장'(유통시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원래 M&A는 사업자나 투자자가 시너지 창출기회를 포착하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투자자금을 유치하면 반드시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 투자압력과 투자회수(Exit)의 부담 하에 있는 것이 사모펀드다. 2차 시장은 M&A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같이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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