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28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은행이 어떤 은행인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결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영업하고 있는 은행들 중 가장 오래된 은행은 이탈리아에 있다. 그림 같은 토스카나 지방의 시에나가 그 발상지인 Banca Monte dei Paschi di Siena다. BMPS 또는 그냥 MPS라고 불리기도 한다. 546년 전인 14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전당포업) 현재의 형태로는 393년 전인 1624년에 설립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인조반정이 일어난 다음 해로 광해군이 제주도로 유배되었던 해다. 그 이후 중단없이 영업하고 있다. 영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이탈리아의 4대 은행이다.BMPS가 1472년이 아닌 1624년에 출발한 것으로 보는 경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은 독일 함부르크의 베렌베르크은행(Berenberg Bank)이 된다. 428년 전인 1590년에 설립되어서 중단없이 영업하고 있다. 창업자 요한 베렌베르크는 열일곱살 때 베네치아에 가서 도제로 의류업을 배웠던 사람이다. 의류상인으로 성공했다. 그래서 이 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머천트뱅크로서 지금도 투자은행업 위주다. 베렌베르크 패밀리가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이고 약 1,600명을 고용한다.
BMPS는 1999년에 밀라노의 이탈리아증권거래소에서 IPO를 했다. IPO 이후 적극적으로 사업과 조직을 확장했는데 여기서 다수의 M&A가 발생했다. 몇몇 지방은행을 인수했고 토스카은행 같은 자회사는 흡수합병했다. 다른 은행에 가지고 있던 일부 지분은 매각하기도 했다. 프라이빗 뱅킹 같은 신사업에도 진출했고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지점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는데 BMPS는 지점이 2천 개가 넘는다.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은 대부분 파생금융상품거래로 조달했다. 그런데 이 거래는 모두 부외거래였다. 나중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제로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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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이탈리아 국채가 폭락해서 이탈리아가 재정위기를 겪기 시작한 해다. 그 해 BMPS는 상반기에 20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무렵 부외거래로 진행했던 파생금융상품 문제가 드러나 은행의 주가가 하락을 계속했다. 최대주주였던 BMPS재단은 유상증자를 거부했고 은행은 국유화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5년에 그리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은행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고 수차례 은행 경영자들이 교체되면서 자구책이 마련되었다. 2016년에 은행은 결국 이탈리아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된다. 2017년 6월에 EU의 동의하에 이탈리아 정부가 구제금융을 단행해서 은행의 새 최대주주가 되었다. 구 최대주주 BMPS재단의 지분은 2% 아래로 떨어졌고 이탈리아 재무부가 BMPS 지분의 68.247%, 이탈리아 최대 보험회사 제네랄리그룹이 지분의 4.3%를 각각 보유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답게 BMPS는 무수한 미술품과 고문서들을 소장하고 있다. 일단 본부가 시에나의 피아짜 살림베니에 있는 팔라초 살림베니다.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궁전 건물이다. 14세기에 처음 건축되었다가 19세기에 고딕양식으로 개조된 것이다.
BMPS는 고풍과는 달리 유럽 재정위기 이전에는 시에나 주변의 토스카나 지역을 바이오텍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그를 적극 추진했었다. 시에나 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계획은 토스카나의 유서깊은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에 직면했는데 유럽 재정위기로 자연스럽게 막을 내렸다. 1996년에서 2010년까지 지출된 연평균 1억 5천만 유로의 지원금이 증발해 버렸다. BMPS 자체가 부실해져서 정부의 구제를 받았기 때문에 그 후로 토스카나 지방 최대의 자선사업 단체였던 BMPS재단도 일체의 사회사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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