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14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01년에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1919)는 자기 회사 카네기스틸을 US스틸에 매각함으로써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 인수 금액은 현재 가격으로 약 140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15조 원이 넘는 셈인데 구한 말이었던 120년 전 이 돈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이다. 이 중 약 20% 이상이 카네기 몫이었다. 카네기는 피츠버그에서 철강사업을 1872년에 시작했지만 회사는 1892년에 세웠기 때문에 불과 9년 만에 그 돈을 벌었다. 이 M&A는 20세기 초 최대의 거래로 기록되었다.제철업은 수세기의 역사를 가진 사업이다. 1860년 당시 미국에는 250개의 제철소가 있었다. 1856년에 베쎄머와 켈리가 순철에 일정량의 탄소를 첨가해 강철을 제조하는 방법을 각각 발명했다. 이 제조법은 계속해서 개량되었고 강철의 시대를 열어 1870년대와 1880년대에 제강업이 발화하게 되었다.
선두주자 카네기스틸은 1899년 당시 미국산 강철 수출의 75%를 담당할 정도였다. 카네기의 전략은 첫째, 끊임없는 기술과 공정 개선 그리고 비용절감, 둘째, 사내 유보금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쟁사를 헐값에 무자비하게 인수하는 것 두 가지였다.
카네기스틸을 인수한 US스틸은 원래부터 있던 회사가 아니라 JP모건이 1901년에 새로 조직해서 만든 회사였다. 카네기스틸을 포함해서 8개의 철강회사를 합치기 위해 탄생한 회사다. 애플이 역사상 최초의 시가총액 1조 달러짜리 회사이듯이 US스틸은 역사상 최초의 시가총액 10억 달러짜리 회사였다.
이 M&A는 1890년에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이 제정되면서 투자은행이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다. 새로운 독점금지법은 카르텔을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대대적인 M&A를 시작했다. 이른바 제1차 M&A 붐(1895~1903)이다. 4,277개의 회사가 257개로 재편되었다. US스틸이 대표적인 사례다. US스틸은 물론 당시 세계 최대의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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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경쟁회사가 하나의 거대기업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유가 분산되었는데 이는 다른 거대기업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 무렵 합병을 위해, 또는 합병과 별개로 대기업의 창업자들이 보유지분을 대량으로 시장에 처분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투자은행들의 조언에 의한 것이었고 투자은행들은 거래를 집행해 주었다.
밴더빌트는 뉴욕센트럴의 주식을 이미 1879년에 대량으로 시장에서 처분했고 구겐하임도 1908∼1909년에 동제련회사 ASARCO 주식 상당량을 시장에서 처분했다. 물론 모건이 모든 거래를 담당했다. 이들 기업의 규모는 너무나 컸기 때문에 적대적 M&A의 위협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 경영권은 안정되었다. 창업자들은 주식의 보유가 아니라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과 투자은행과의 관계를 포함,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간접적인 영향력을 통해 주식의 대량 보유 없이도 회사를 통제할 수 있었다.
현재 US스틸은 뉴코(Nucor)에 이은 미국 2위의 철강회사다. 세계 30위권에 든다. 1986년에 이름을 USX로 바꾸었다가 마라톤 오일을 포함한 에너지 사업을 처분한 후 다시 원래의 이름으로 복귀했다. 1980년대에 경영난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조업이 중단되자 레이더 칼 아이칸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아이칸은 노조, 경영진과 각각 협상하다가 노조가 조업복귀를 선언하자 인수 시도를 접었다.
US스틸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는 2위 철강회사이자 미국 최대 조선사 베들레헴스틸(Bethlehem Steel)이었다. 1904년 조업을 개시했던 회사다. US스틸의 전직 사장 찰스 슈왑(후대의 투자은행가와 동명이인)이 경영했다. 베들레헴스틸은 미국 철강산업의 쇠락과 경영상의 문제로 2001년에 도산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잔여 자산은 클리블랜드의 ISG (International Steel Group)를 거쳐 미탈스틸로,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 후에는 다시 아르셀로미탈로 승계되었다. 그러나 베들레헴스틸은 창업자 조셉 와튼이 설립한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스쿨 덕분에 그 이름이 영구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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