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통해 회생절차에 진입한 제일의료재단(제일병원)의 매각가로 1300억원 이상이 제시됐다. 별도의 티저레터(TM)도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인수 검토에 나선 일부 투자자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투자은행(IB) 한 곳은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제일의료재단의 원매자 물색에 나섰다.

1일 복수의 M&A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제일의료재단이 내부적으로 매각조건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제일의료재단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일부 원매자들에게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고, 향후 진행될 수도 있는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1300억원' 등 매각 세부 조건…특수관계인 부지도 정리될 듯

제일의료재단이 정리한 매각조건은 △1300억원 이상 투자 △높은 무상출연금 비율 △특수관계인 소유부지 정리 등이다. 재단은 이사진구성권한을 인수자에게 넘기기 위해선 병원에 1300억원 이상의 신규자금이 유입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원매자들에게 대여금 비중을 낮추고, 무상출연금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제일병원에 정통한 관계자는 "재단 측에서 일부 인수의향자들에게 13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번 두 차례 협상이 결렬된 이유 역시 기존 인수의향자의 제시가격이 터무니없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일의료재단의 특수관계인 소유부지 역시 함께 정리될 전망이다. 현재 제일병원 외래센터와 본관이 들어선 부지는 이사장 일가와 가족기업 소유로, 이들 부지의 면적은 4271㎡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에 대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으로, 재단 소유로 귀속되거나 새 인수자가 통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 'ARS 후 P플랜' 시도…검토 원매자들은 "기다려보자"

제일의료재단은 ARS 프로그램을 통해 회생절차 진입했다. ARS 프로그램은 회생절차 신청과 개시 사이의 시간적 여유를 자율적 구조조정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제일의료재단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까지 최장 3개월의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제일의료재단 입장에서 ARS 프로그램은 거래 무산 가능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만일 채권단 협의를 마치지 못한 채로 ARS 프로그램의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채권자 과반의 동의만 있으면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을 작성해 빠른 회생절차 종결을 도모할 수 있다. 게다가 P-플랜이 무산되어도 일반적인 법인회생절차를 진행하면 그만이다.

다만 제일의료재단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원매자들 사이에선 기다려보자는 기류가 강하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협상자 선정 사실을 부인해온 ‘이영애 컨소시엄'도 회생절차 진입 여부를 보고 참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건설사 역시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내부 검토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몇몇 잠재 원매자들은 ARS와 P플랜이 무산되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가격이 좀 더 내려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일단 내부적으로만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어 당분간은 원매자의 면면이 드러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 원매자 물색에 국내 IB도 참여…태핑작업 지속

한편 흥국증권도 제일의료재단의 매각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흥국증권은 원매자 물색 등 일부 역할을 제안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매각자문을 맡은 흥국증권과 딜로이트안진은 별도의 티저레터(TM)를 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병원을 가지지 않은 일부 대기업이나 대형 의료법인들을 상대로 태핑작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제일의료재단에게 매각자문 역할을 제안받은 타 회계법인들은 별도의 작업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딜로이트안진이 매각작업을 이끄는 대신 상대적으로 원매자 물색능력이 좋다고 판단된 IB 한 곳이 돕고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IB의 역할에 따라 원매자의 수와 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제일의료재단(제일병원)은 지난 1966년 12월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조카인 고(故) 이동희 박사에 의해 설립됐다. 그러나 현 이재곤 이사장 취임 이후 무리한 외연확장을 이어오며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왔다. 현재 제일병원의 운영을 중단한 제일의료재단은 이사진 구성권한 거래를 통한 투자유치에 집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