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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그룹, 중간지주사 묘책…현금유출은 막았다 [대우조선해양 M&A]신용도 압박 최소화 방책…'지분매입' 최악의 시나리오 피해

양정우 기자공개 2019-02-07 09:53:39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중간지주사 구조를 동원한 것은 신용도 측면에서 묘책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지분매입을 피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캐시아웃(Cash-Out)'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체는 현대중공업지주(A-)의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종속기업으로 편입시 연결 재무구조의 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아직 산업 위험도가 높은 조선 사업의 비중이 다시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지주사라는 묘안이 제시되면서 현금 유출의 부담까지 짊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비켜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M&A 구조의 핵심은 중간지주사다. 기존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 조선합작법인(존속)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신설)으로 물적분할하고, KDB산업은행이 조선합작법인에 대우조선 지분(55.7%)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출자 대가로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2500억원)와 보통주(600만9570주)를 지급받는다.

중간지주사 구조를 설계한 건 무엇보다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이번 딜의 대가로 취득한 RCPS와 보통주의 가치는 2조700억원 수준(이사회 전일 종가기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직접 지분매입을 추진했다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어야 하는 셈이다. 인수금융을 동원하는 구조를 짰어도 레버리지에 따른 재무 부담에 짓눌릴 우려가 있었다.

마침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매각)를 발표했던 상황이다. 1조8000억원의 현금이 충원되는 만큼 크레딧업계에선 신용도 점검에 분주했다. 급작스런 등급 상향과 아웃룩 조정은 없지만 신용도 개선의 신호탄으로 이해하는 코멘트가 이어졌다. 만일 이 자금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매수하는 대금으로 쓰였으면 긍정적 전망은 단번에 최악의 평가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캐시아웃을 피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중간지주사의 주주가 된 것도 추가적인 재무 부담의 우려가 적다. 조 단위 RCPS 역시 배당 부담을 감당해야 하지만 재무구조 평가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신용도가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왔다. 현대중공업은 한때 9조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을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로 전환시켰다. 전사 재무상태가 반영된 현대중지주(연결기준)의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110.2%로 집계됐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21.6%다. 향후 현대중지주의 연결 지표에 대우조선의 부채 7조8000억원 가량이 반영될 전망이다.

근래 들어 개선 추세였던 현대중공업지주의 통합 신용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룹 내에서 업황이 부진한 조선(조선계열사 3사) 대신 정유·화학(현대오일뱅크) 사업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신용도 개선을 인정받았었다. 현대중지주는 지주사로서 계열의 자체 신용도를 결합하는 통합 신용도(Building Block Approach)가 적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계열사로 자리잡으면 조선 사업의 비중이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크레딧업계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이번 M&A는 현대오일뱅크의 프리IPO로 거둔 신용도 개선을 희석시키는 이벤트"라면서도 "신용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고안한 만큼 등급 향방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M&A가 종결되면 중간지주사인 조선합작법인은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공모로 확보한 자금은 다시 대우조선해양의 제3자배정 유증에 투입된다. 향후 대우조선의 신용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계기다. 중간지주사 유증엔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도 참여(4000억원 수준)하지만 역시 현금은 그룹 내부에 유보된다. 중장기적으로 대우조선의 신용도가 회복되면 현대중지주의 통합 신용도도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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